“재수없어 걸린 빙산의 일각”/당국 손길 안닿는 주가조작 다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증권사 과열경쟁등 허점 많아
상장사대표와 큰손들이 한덩어리가 되어 주가를 조작한 이번 사건은 주가가 좀 오른다 싶으면 어김없이 나돌던 「특정세력의 주식 매집설」을 사실로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증시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증권업계 생리를 아는 투자자들은 이들보다 규모가 작거나 수법이 더 교묘해 감독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할뿐 이같은 시세조작 행위는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점을 감안할때 이번 사건은 이른바 재수 없어 걸린 「빙산의 일각」인 셈이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 주식투자를 떼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은 일차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의 투자수법에 기인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같은 불법행위가 증권사 객장에서 버젓이 통할 수 있는 구조적 허점에 더큰 문제가 있다.
근거없는 낭설에 주가가 오르내리는 현실이 그렇고,증권사들은 목전의 이익(수수료수입)에 급급해 그릇된 투자행태 여부에는 아랑곳 않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돈보따리를 들고와 주식을 자주 사고 파는 고객에게 「진짜 손심」대접을 할 수 밖에 없어 설사 이들의 불법투자행태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묵인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몇몇이 공모해 벌이는 주가조작행위는 쉽게 드러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증권사들이 새로 생기고 당장 내년부터는 외국증권사가 들어오는 현실을 감안할때 증권사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와 유사한 사고는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여 심각한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에는 금융기관인 상호신용금고(새서울ㆍ진흥ㆍ동양ㆍ한신 등 4개사)가 1백20억원이라는 거액을 편법대출,사건에 간접가담해 그동안 쌓아올린 신용금고의 공신력을 또다시 실추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심상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