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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방한다"던 홍준표, 끝없는 중앙정치 훈수…뉘앙스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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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3일 대구 동구 테크노파크 민선8기 대구광역시장직 인수위원회 당선인실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3일 대구 동구 테크노파크 민선8기 대구광역시장직 인수위원회 당선인실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 정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맡기고 저는 하방하고자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지난 3월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인 ‘청년의꿈’에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홍 당선인은 여전히 윤 당선인에게만 중앙 정치를 맡긴 것 같진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최근 메시지를 보면 ‘하방’ 이전만큼 관심이 중앙 정치에 쏠려 있다.

“중앙 정치에서 잊히길 원하지 않을 것” 

홍 당선인은 26일 ‘청년의꿈’ 게시판에 ‘제가 40년 공직생활 동안 여성스캔들이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요즘 각종 스캔들로 고초를 겪고 있는 정치인들을 보면 참 안타깝게 보이기도 하지만, 세상 살다 보면 실수할 때도 있는데 그걸 모든 가치판단의 중심으로 치부해 버리는 세상이 되다 보니 참 그렇다”고 썼다. 그러면서 성 상납 의혹 등으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를 받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잘 헤쳐 나가기 바란다”고 썼다.

홍 당선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칭한 듯 “‘성남총각’도 멀쩡하게 야당 지도자가 돼 있지 않냐”고도 했다. 배우 김부선씨는 이 의원과의 밀회설을 폭로하며 그를 ‘성남 가짜총각’으로 지목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홍준표 선대본 상임고문이 지난 2월 12일 오후 대구 동성로를 함께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홍준표 선대본 상임고문이 지난 2월 12일 오후 대구 동성로를 함께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27일 방송에 출연해 “(글을) 올리기 전에 (홍 당선인이) 연락을 주셨다”며 “적재적소에 좋은 조언을 해주시고, 저를 굉장히 아껴주시기 때문에 특유의 익살이지 저를 골탕먹이려고 했을까 싶다”고 말했다.

홍 당선인은 당선 이후 페이스북에도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는데, 중앙 정치의 굵직한 현안에도 훈수를 빼놓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지난 23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임기(20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발언(16일), 전 정부 보복수사 논란(15일), 국민의힘 당내 갈등(13일) 등 중앙 정치에서 화제를 모으는 이슈마다 글을 올렸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홍 당선인이 하방한다고 했지만, 중앙 정치에서 잊히는 걸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차기 대선을 노릴 것이라고 누구든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인데 대구시장으로 있으면서도 중앙 정치에 자신의 존재감을 계속 보여주려고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대구시 서울사무소가 차기 대선 캠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줄타기하는 듯한 洪의 메시지 

정치권은 홍 당선인의 메시지의 톤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메시지가 미묘하게 줄타기하는 듯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3월 4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홍준표 의원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3월 4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홍준표 의원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

예컨대 홍 당선인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신분일 때만 하더라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대선 기간이던 지난 1월 홍 당선인과 윤 대통령(당시 후보) 측이 국회의원 보궐 선거 공천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홍 당선인은 윤 대통령을 향해 “면후심흑(面厚心黑·얼굴은 두껍고 마음은 검다)”이라고 비판했다. 또 윤 대통령을 향해 “1997년 대선 패배의 재판이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홍 당선인의 메시지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옹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홍 당선인은 기존엔 검찰보다는 경찰에 유리한 발언을 주로 해왔지만, 행안부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서는 “왜 유독 경찰만 강대해진 권한만 누리고 예산·인사의 민주적 통제는 받지 않으려고 하는가”라며 윤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톤을 맞췄다. 전현희 위원장 등 사퇴 압박, 전 정부 보복수사 논란 등에서 홍 당선인의 메시지는 윤 대통령을 두둔했다.

홍 당선인은 당내 내홍이 불거지자 “아직 정치물이 덜 든 대통령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당권투쟁에만 열을 올린다면 그건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차기 대선을 노리는 입장에서 발톱을 숨긴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18년 3월 9일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앵커에게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변선구 기자

2018년 3월 9일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앵커에게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변선구 기자

홍 당선인은 과거 대표적인 ‘홍준표계’ 인사로 꼽혔던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준석 대표와 배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설전을 벌인 데 대해 홍 당선인은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당대표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대표의 미숙한 지도력에도 문제가 있지만, 최고위원이 달라진 당헌체제를 아직 잘 숙지하지 못한 탓도 있다”며 배 최고위원을 나무랐다.

배 최고위원은 2018년 홍 당선인이 당 대표 시절 영입하면서 ‘홍준표 키즈’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당 경선이 끝난 뒤 윤석열 캠프에 참여하면서 홍 당선인과 거리가 멀어졌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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