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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헌재소장 공관 앞 시민 등산로 당장 개방하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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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4호 01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헌법재판소장 공관 인근의 등산로가 일부 폐쇄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도 “길을 다시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헌재소장의 공관 부지 규모를 고려하면 소음이나 사생활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이지 않는 데다 국민의 행복추구권·건강권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권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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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헌재는 소장을 과잉예우하지 말고 오늘 당장, 이번 주말부터라도 폐쇄했던 도로를 개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헌재 측은 소음 발생과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공관 앞 삼청로 일부를 폐쇄해 달라고 요구했고 문화재청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2일 길을 폐쇄했다. 헌재소장 공관에서 100여m 떨어진 삼청로 초입부터 길이 막히자 지난달 청와대 개방 이후 이 길을 따라 북악산을 오르던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권 원내대표는 “(공관이) 도로에서 좀 떨어져서 낮에 사람들이 통행한다고 해서 무슨 소음 피해가 클 것 같지도 않다”며 “그런 논리라면 관광객이 골목골목 다니는 북촌은 다 폐쇄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대적인 흐름에 맞춰 권위주의 시대 유물인 대부분의 공관을 이번 기회에 아예 없애고, 청와대처럼 국민의 공간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고위 공직자라고 특권을 누려선 안 된다”며 “하루빨리 공관은 사라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헌재가 공개한 ‘헌법재판소 30년사’에 따르면 권 대표가 언급한 헌재소장 공관은 대지 2810㎡(850평), 임야 8522㎡(2578평) 규모다. 공관 건물은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연면적 959㎡(290평)에 달한다. 헌재에 따르면 공관 운영비로 연 4000만~5000만원이 지출된다.

“등산로 폐쇄가 위헌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헌법 제10조와 제35조에 명시된 행복추구권과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청와대 개방 이후 북한산 등산로를 많은 시민이 이용하고 있는데 여기(헌재소장 공관) 때문에 옥에 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폐쇄된 도로 일부는 종로구청 소유 땅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폐쇄된 도로 일부가 공공공지(公共空地)인 점도 언급됐다. 국토교통부령인 ‘도시·군 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공공공지란 ‘시·군 내의 주요시설물 또는 환경의 보호, 경관의 유지, 재해대책, 보행자 통행과 주민의 일시적 휴식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하는 시설’로 규정돼 있다. 공공공지의 구조 및 설치기준에는 ‘주민의 접근이 쉬운 개방된 구조로 설치하고, 일상생활에 있어 쾌적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돼 있다.

문화재청이 공관 100m 앞부터 길을 막았지만 땅 소유권이 헌재가 아닌 종로구청에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의원은 “헌재소장의 사생활 보호, 소음으로부터의 보호도 물론 존중받아야 하지만 국민의 행복추구권, 쾌적, 건강을 생각해서 헌재 측에 폐쇄된 도로 개방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공관 부지 관리와 관련해 관계기관과 다시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번 주말부터 막힌 길이 다시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헌재 측은 “문제가 된 등산로는 헌재가 일방적으로 폐쇄한 것이 아니며, 시민들을 불편하게 할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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