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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센 제명보다 탈당 권유가 최악? '이준석 윤리위' 묘한 당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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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사가 6월 중 열릴 전망이다. 사진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는 이 대표의 모습. 김경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사가 6월 중 열릴 전망이다. 사진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는 이 대표의 모습. 김경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 상납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사를 앞두고 여당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당내에서는 당초 거론된 27일보다 윤리위가 앞당겨 개최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특히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18일 “윤리위에 대한 추측성 정치 해석과 당 사무처의 부적절한 업무처리로 정상적인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당 내부가 크게 술렁댔다. 이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윤리위 권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이양희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맞불을 놨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리위가 살피고 있는 것은 이 대표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느냐다. 이 대표의 거취와 직결될 수도 있는 처분 시나리오는 크게 다섯 가지다. 먼저 윤리위가 이 대표 측의 소명이나 자체 조사 등을 토대로 징계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 대표 측이 가장 바라는 결과다. 이 대표 측은 “경고 처분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윤리위가 의결할 수 있는 나머지시나리오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네 가지다. 징계 수위로만 보면 제명이 가장 강력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대표 입장에선 당원권 정지나 탈당 권유보다는 차라리 제명을 바랄 것”(당 관계자)이라는 말이 나온다. 징계 유형에 따라 최고위 개입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위원장. 사진은 2020년 12월 28일 당시 당무감사위원장이던 이양희 위원장이 당무감사 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위원장. 사진은 2020년 12월 28일 당시 당무감사위원장이던 이양희 위원장이 당무감사 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는 모습. 중앙포토

먼저 경고의 경우 당 대표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가장 가벼운 처분이지만 어찌 됐든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해 징계를 받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정치적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 이 대표가 가뜩이나 친윤 그룹 등 반대파와 대립각을 세우는 와중이어서 강력한 공세에 직면할 수도 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논란을 야기한 것만으로도 경고 처분이 내려지는 일이 많았다.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겨냥해 “쓰고 버리면 된다”는 페이스북을 올렸던 이경민 전 서울시당 대변인이 경고 처분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제명은 가장 수위가 높지만, 이 대표가 막판 뒤집기를 노릴 수 있다. 국민의힘 당규 21조에 따르면 당원 제명은 윤리위 의결 후 최고위의 의결까지 거쳐야 확정된다. 이 대표에 호의적인 최고위원들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위원들이 제명에 반대표를 던지면 이 대표는 생존하게 된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 대표를 곱게 보지 않는 위원들도 여진을 고려하면 찬성표를 던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김경록 기자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김경록 기자

반면 당원권 정지는 최고위 의결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이 대표 입장에선 난감한 처분이다. 당원권이 정지된다고 해서 곧바로 당 대표직을 내려놔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지 기한에 따라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규에 따르면 당원권 정지 기한은 최소 한 달, 최대 3년이다. 당 관계자는 “정지 기한이 한 달 정도라면 직무 정지 후 논란 끝에 대표직에 복귀할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의 기한이면 사실상 대표직 박탈에 준하는 처분”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최악의 상황은 탈당 권유다. 당규 21조에 따르면 윤리위로부터 탈당 권유 징계 의결 통지를 받고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최고위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하게 돼 있다. 탈당해도, 탈당하지 않아 제명 처리돼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당 관계자는 “당규에 아예 ‘최고위의 의결을 거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제명 시 최고위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과 충돌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엇갈린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2연승 한 공을 세운 당 대표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쫓아낼 순 없다는 내부 여론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당 중진의원은 “최소 경고 처분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이 대표의 향후 정치 행로에 상당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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