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뛰고 금리 올라 월세가 대세, 서민 삶은 더 팍팍

중앙선데이

입력 2022.06.1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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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호 07면

주택 임대차시장 대전환 

“요즘처럼 월세 수요와 월세 물건이 많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근무하는 김민정 공인중개사는 “요즘 임대차 계약 절반 이상이 월세”라며 이렇게 말했다. 인근 트라팰리스부동산의 김모 대표도 “요새 전세보다 월세를 더 많이 찾는다”며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영향”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월세 수요가 늘면서 월세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20만원가량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전세는 넘사벽이고 (월세) 계약하려고 하면 이미 나갔다고 한다” “월세 매물이 진짜 없다”는 임차인들의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거래량이 두 달 연속 전세를 추월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확정일자 신고 기준 4월 월세 거래량은 12만4189건으로 전세(12만3804건)보다 400건 가량 많았다.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50%를 넘겼다. 지난달에는 월세 거래량이 20만 건을 넘어서며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가 57.8%를 기록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이런 현상이 좀 더 명확하다. 월세 거래량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건 이미 2월로, 지난달(57.4%)까지 4달 연속 월세 거래량이 전세보다 많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 상승과 금리 인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주택 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빠르게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차인·집주인 모두 월세 선호 현상

특히 최근에는 월세를 원하는 임차인이 늘고 있다. 월세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매달 현금을 지급해야 해 전세보다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큰 편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은 월세보단 전세를 찾는 임차인이 많았다. 하지만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뛴 데다 금리가 오르면서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치솟자 월세를 찾는 임대차 수요가 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목돈 마련에 어려움이 따르고, 구하더라도 이자가 비싸다 보니 ‘자발적 월세족’이 된 셈이다. 임대인 역시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부동산세금 부담이 증가하면서 집주인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과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을 월세를 통해 충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대출 이자를 부담하는 수준으로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비율인 전월세 전환율을 참고할 수 있는데,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지난해 말 보다 0.1%포인트 오른 4.2%다.

임대차시장 대전환

임대차시장 대전환

이처럼 월세 거래가 늘고 전세가 주는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2013~2014년에도 지금과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월세 거래량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화두가 된 적이 있었다”며 “그러다 2015년 중반부터 집값이 본격 상승하자 투자자들이 전세를 낀 갭투자를 선호하면서 다시 전세가 늘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물가 급등과 금리 상승, 부동산세금 증가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임대인 필요에 의해 월세가 늘면서 임차인들이 어쩔 수 없이 월세 계약을 선택했다면, 지금은 임차인들의 필요에 의해 월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월세 선호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아직은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긴 하지만 점차 월세가 주를 이루는 월세시대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준비되지 않은 월세화로 인해 학생·노인 등 일부 계층의 주거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번에 목돈을 맡기는 전세와 달리 월세를 내려면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여전히 공공임대 비율은 전체 주택의 8% 선에 머물고 있다. 서 대표는 “월세화가 되면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비용이 높아져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이나 20·30대 젊은층의 내 집 마련도 어려워진다. 이미 20·30대 1인 가구의 1분기 월평균 주거비 비중은 소득의 20.5%(146만7000원)에 이른다(통계청 조사).

서울은 넉달째 월세가 전세보다 많아

서울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서울시 1인 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거비 부담이 있다고 응답한 1인 가구의 비중은 54.1%였다. 세대별로는 주거비 부담이 있다고 답한 청년(20~30대) 비중이 66.8%로 중장년(40대~64세 50.8%)과 노년층(26.9%)보다 높았다. 월세로 살면 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 팀장은 “월세 자체가 전세로 살면 쓰지 않아도 되는 자금”이라며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는 이 충격을 덜어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임대차 물건을 늘려야 전·월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공공임대를 비롯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민간이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당장은 거주의무 규제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완화해 더 많은 임대차 물건이 시장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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