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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고 투자점수’ 50점 밑으로 뚝, 집값 본격 하락세 예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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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호 06면

빅데이터로 본 부동산시장 

‘벼락거지 vs 벼락빚거지, 누가 더 진짜 거지일까’. 지난 13일 회원 수 180만여 명에 달하는 네이버 부동산투자카페에 올라온 투표 내용이다. 이날 투표에는 ‘주택도 없는 벼락거지가 진짜 불쌍’을 선택한 응답자가 많았지만, ‘아파트값 폭락하면 빚만 늘어난 벼락빚거지가 더 불쌍’에 공감을 보낸 투표 비율도 40%가 넘었다. ‘물가 공포’는 전 세계 증시의 숨통만 조르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하우스푸어(집 가진 빈곤층) 시즌2’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과연 현재 부동산시장은 어떤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일까. 빅데이터를 통해 부동산시장의 현 주소를 알아봤다. 투자를 전적으로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데이터에 담기지 못한 투심(投心)과 돌발 이슈가 변수로 덮칠 수 있다. 하지만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운 예측 불허의 시기에 ‘방향등’이 될 수 있다. 정민하 부동산지인 대표는 “데이터를 통해 시장을 분석하는 작업은 확인되지 않은 추측을 줄이고 검증된 자료를 통해 객관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치고, 종합투자점수 하향 가속화

강남구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용 77㎡는 2008년 12월 금융위기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자 7억500만원까지 급락했다. 2년 전인 2006년에는 11억6000만원에 거래됐던 주택형이다.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21㎡는 2006년 9월 22억5000만원에서 2009년 13억원으로 주저앉았다. 부동산 빅데이터 ‘리치고’ 서비스를 선보인 데이터노우즈의 김기원 대표는 “빅데이터로 보는 현 부동산시장은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전국 부동산이 동시다발적으로 침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리치고는 전세가율, 저평가인덱스(전세·소득·물가), 미분양, 입주물량, 주택구매력지수 등을 빅데이터로 집계한 ‘리치고 종합투자점수’를 2008년부터 발표해 왔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리치고 종합투자점수로 보면 2022년 전국 부동산 시장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2022년 5월, 전국 시·도에서 경남(52.6점)과 경북(51.9점) 두 곳만이 투자점수 50점을 넘어섰다. 리치고의 종합투자점수가 높다는 것은 저평가된 지역으로 향후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경남·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전부 50점 이하다. 서울(42.6점)·대구(42.6점)·인천(40점)·부산(40점)·제주(39.4점)는 상대적으로 더 낮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의 투자점수는 2015년 9월(83.4점) 정점을 찍었다. 이때는 서울 아파트값이 바닥을 다지고 꿈틀거리기 시작한 때다. 당시 대다수 실수요자들은 서울 시장의 상승 기운을 체감하기 전이었지만, 리치고 종합투자점수는 2015년이 서울 지역 아파트를 저가매수할 ‘최적기’로 본 셈이다.

시장이 달궈지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가격 상승이 일어나면, 투자점수는 떨어지기 시작한다. 2016년 하반기까지 80점 선을 오르내리던 서울의 투자점수는 2017년 들어 70점대로, ‘미친 집값’이 연일 미디어를 장식하던 2018년에는 60점대로, ‘영끌족’이 휩쓸고 지나간 지난해 7월 이후에는 투자 유의 단계인 45점 아래로 뚝 떨어졌다. 현재 서울의 주택구매력지수(HAI)는 2004년 이후 가장 최저치 수준이며, 매매가격에 대한 대출 상환 부담은 역사상 가장 어려운 국면에 있다. 김 대표는 이미 서울 집값이 변곡점을 맞았다고 해석한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서울 집값이 높더라도 거래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급매도 겨우 팔려나가고 있다. 내년 이후에는 가격을 낮춰도 거래가 더욱 어려워지며 본격적인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군·구 단위로 내려가면, 종합투자점수가 좋은 지역도 아직 있다. 거제시(74.8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70점을 넘은 곳이며 창원시 진해구(63.9점), 당진시(63.7점)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거제시의 경우 소득 및 물가 대비 저평가 구간에 있고, 일자리 환경이 개선되며 지난해부터 매매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의 우려가 짙어지고 있는 지금은 투자점수가 높은 지역이라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때라고 당부한다. 김 대표는 “여태까지 종합투자점수가 전국적으로 50점 이하로 낮아진 경우가 없었다”며 “쓰나미가 몰려올 때는 일단 피했다가, 풍랑이 잦아지면 투자가치가 높은 지역을 주목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지인, 매매시장 강도 빠르게 약화

부동산 빅데이터 제공업체인 부동산지인의 ‘시장 강도’는 현재 시장이 온탕에 있는지, 냉탕에 있는지 보여준다. 전국 아파트 가격 변화 예측을 돕기 위해 2018년부터 제공된 서비스다. 시장 강도는 아파트의 가격 변동, 전출입, 거래량, 입주물량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시장 강도는 숫자뿐 아니라 방향성도 중시한다. 점수가 오르고 있느냐, 떨어지고 있느냐의 추세를 보여준다. 서울이 오랜 침체에서 깨어나던 2014년 7월의 매매 시장 강도는 31점이었다. 이후 서서히 상승해 2015년 8월에는 114점에 달했고, ‘영끌족’이 늘어나기 시작한 2020년 하반기에는 300점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 시장 강도가 0에서 30점으로 올라가면 그 지역의 대장 아파트가 상승하기 시작하고, 100점 이상으로 오르면 2·3급지의 아파트도 따라 올라갈 타이밍으로 보기도 한다. 300점 이상이면 ‘불장’이라는 자극적인 용어가 오르내리는 과열 시기로 읽힌다.

6월 현재 서울의 매매 시장 강도는 23점이다. 2020년 11월 302점을 찍은 뒤 쭉 미끄러졌다. 서울뿐만 아니다. 2020년 2월 269점의 강한 기운을 보여주던 대전은 이달 들어 바닥을 뚫고 -72점으로 떨어졌다. 집값 상승을 이끌던 지역도 바뀌었다. 2020년 이전의 상승 주도 지역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과 세종·대전이었다면, 현재 주도 지역은 강원·제주·전북·경남이다. 비규제지역 효과로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탔던 영향이다. 하지만 상승 기운은 예전에 비할 수준이 아니다. 이달 전국에서 가장 시장 강도가 강한 강원도가 100점을 턱걸이했고, 뒤를 잇는 제주는 80점대에 있다. 정민하 부동산지인 대표는 “현재 전국 모든 지역의 상승 사이클이 마무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서울은 매매가격이 보합에 머무르고 있다. 거래량은 10년 평균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며 시장이 극단적으로 얼어붙어 있다. 이달 들어 서울의 주택 매물은 3월 대비 60% 늘었다. 현재 서울에서 시장 강도가 가장 강한 곳은 용산구와 서초구다. 정 대표는 “서울 서초구의 방배3차 e편한세상이나 서초 삼풍 아파트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대형 주택형에서는 신고가가 이어지고, 선호도가 낮은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며 “아파트의 가격 사이클에서 대형 주택형의 가격 상승은 상승장 후반부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실수요자라면 거래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기곰, 서울 아파트 버블지수 허용 범위

한껏 부풀어 오른 서울 집값을 두고 버블이다, 아니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 재야의 고수로 꼽히는 부동산 칼럼니스트 ‘아기곰’(필명)은 “서울 아파트의 버블 수준은 대체로 허용 범위에 있지만, 강동·용산·강남·노원 지역의 버블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어떤 이유일까. 아기곰이 집값 버블 판단에 사용하는 지표는 아기곰이 개발한 ‘버블지수’다. 이 지수는 특정 지역의 매매가·전세가 변동률에서 전국 매매가·전세가 변동률을 뺀 뒤, 다시 매매가 변동률에서 전세가 변동률을 빼 수치화한 지표다. 기본적으로 전세가 상승률은 평균 대비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인데, 매매가만 치솟고 있다면 거품 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수는 KB부동산 월간 시계열을 통해 2003년 6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산출한다.

아기곰의 버블지수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의 버블지수는 4.49%다. 버블지수 0~10%는 허용범위이며 10~20%는 경미한 버블, 20% 이상은 심각한 버블을 의미한다. 현재 서울의 거품은 ‘허용 범위’에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은 2003년 6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매매가 상승률이 156.18%에 이른다. 같은 기간 전국 매매가 상승률은 123.49%다. 전세가도 마찬가지다. 전국 전세가 상승률은 125.22%인데, 서울 상승률은 153.42%다. 아기곰은 “서울 지역의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전세가격도 같이 올랐다. 서울의 주택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이라도 각 구별로 상황은 상이하다. 강동(31.17%)·용산(28.82%)·노원(27.67%)·강남구(25.34)는 심각한 버블 상태로 볼 수 있다.

아기곰의 버블지수에 의하면, 높은 집값과 별개로 아직 서울에 저평가 지역이 적지 않다. 아기곰의 버블지수는 20여 년 장기 상승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크게 올랐더라도 평균 상승률에 비하면 오히려 덜 오른 지역으로 분류될 수 있다. 강북(-48%)·성북(-33.03%)·종로(-27.57%)·강서(-22.14%)·광진구(-20.56%) 등지가 대표적이다. 전국적으로는 부산(25.39%)과 제주(17.35%)·대구(12.26%)·울산(12.67%)·광주(12.81%)의 버블지수가 높은 반면, 충남(-33.29%)·경기(-19.69)·인천(-5.99%)·전북(-3.69%) 등지는 저평가 상태로 분석됐다. 아기곰은 “집을 사려면 저평가된 지역 중 호재가 있는 곳 위주로 선별해서 신중하게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기곰이 추천하는 특히 주목할 곳은 저평가 지역 중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는 곳(직주근접 호재), 일자리가 많은 지역으로 접근성이 좋아지는 곳(교통 호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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