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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공전중인데 마트 달려간 野…내부선 "총선서 골로 갈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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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어제 민생우선실천단 첫 일정으로 물가 현장 점검을 다녀왔다”며 “그곳에서 현장의 여러 어려움을 접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실천단은 지난 14일 발족해, 지난 15일 첫 일정으로 서울 신길동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았다.

지난 15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민생우선실천단이 서울 신길동 농협 하나로마트 여의대방로점을 방문하여 물가폭등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5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민생우선실천단이 서울 신길동 농협 하나로마트 여의대방로점을 방문하여 물가폭등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 원내대표는 이어 “계란ㆍ채소ㆍ쌀 등 기본 식자재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주부, 코로나에 이어 고물가로 영업이 힘들다는 상인, 비용 부담으로 취약계층과 아이들의 급식 질이 떨어져 걱정이란 주방장”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고 소개하며 “이 위기의 끝이 언제일지 얼마나 지속할지 모른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실천단은 내일도 서울 삼각지역에 마련된 발달ㆍ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를 방문할 예정이며 (조만간) 증시폭락으로 한숨을 쉬는 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원내 관계자는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박 원내대표가 현장에 직접 나가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 2회씩 현장 가겠다”는 巨野…정작 원 구성은 18일째 손 놔

민주당이 민생 행보에 나서는 건 “고물가ㆍ고환율ㆍ고금리라는 삼중고로 서민경제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다 못해 처참하다”(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는 비판적 인식에서다. 우 위원장은 지난 14일 발대식에서 “실천단 발족은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정당을 향한 첫걸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발대식에서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발대식에서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 대비 5.4%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2500선이 1년 7개월 만에 붕괴했고, 원ㆍ달러 환율은 1300원 목전까지 갔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 포인트 인상)이후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긴축 가속화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렇듯 '퍼펙트 스톰(총체적 복합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상황인데, 이런 현안 타개를 위해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할 국회는 이날로 18일째 공전 중이다. 그래서 야당의 현장행보에 대해서도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회가 실질적으로 국민을 돕는 방법은 정책과 법을 만드는 것”이라며 “현장을 가는 것도 좋지만, 입법 기능을 정상화하는 게 더 중요한 책무”라고 지적했다.

국회가 멈춰선 이유는 여야의 정쟁 탓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21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 협상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국회의장단과 상임위 구성 및 각종 입법 논의가 모두 멈췄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게 넘기기로 합의했으나, 최근 “전직 원내대표 간 합의일 뿐”(박 원내대표)이라며 이를 뒤집으면서 벌어진 사달이다.

2021년 7월 23일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등 양당 원내대표단이 23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 후 합의문을 읽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21년 7월 23일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등 양당 원내대표단이 23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 후 합의문을 읽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여야는 협상이 아닌 ‘네 탓’에만 몰두했고,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도 “국민의힘은 국정 운영에 책임 있는 여당임에도 협상을 잘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없다”며 “협상이 진척된 게 없다”고 말했다.

공전 부작용 이미 수두룩…당내선 “총선서 골로 갈 것” 한숨

그렇게 국회가 멈춘 사이,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났다. 화물연대 파업에 미리 대응하지 못해 산업계 피해를 키웠고,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상임위 차원의 대응도 이뤄지지 못했다. 손실과 피해가 잇따르는 가상자산 시장 관련 규제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창기 국세청장을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했고, 박순애(교육부)ㆍ김승희(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들도 이대로면 청문회 없이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 또 법무부 인사관리단,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문제 등 민주당이 “윤석열 사단의 권력 사유화 시도”(박 원내대표)라고 비판하는 사안들도, 관련 상임위가 없으니 논의 자체가 봉쇄된 상황이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그래서 당내에서도 박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도로 위 버스가 단 18분만 멈추어도 시민들은 지독한 교통 불편을 겪을 것인데, 18일 동안 국회는 멈춰서 있다”며 “권성동(국민의힘)ㆍ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께 부끄럽지 않나”라고 썼다.

박용진 의원은 전날 재선 의원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인 점을 언급하며 “국회 공전과 무능 국회라는 책임은 우리가 다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법사위원장을 주기로 합의하고 발표까지 해놓고 (박 원내대표는) 어떻게 다시 가져오겠다고 하느냐”며 “윤 대통령이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국회가 놀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우리는 다음 총선에서 골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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