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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죽이는건 일도 아냐"…양현석-한서희 6년전 그날 진실은 [法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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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양현석(52)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의 보복협박 혐의 재판이 열렸습니다. 문제의“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발언에 대한 진위 공방이 오갔죠.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뉴스1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뉴스1

해당 논란은 이른바 '버닝썬' 사태로 빅뱅 전 멤버 승리가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세간이 떠들썩했을 무렵, 가수 연습생 한서희(27)씨가 아이돌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BI·김한빈) 마약 투약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본인을 협박했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양현석 측 “녹음·일기장 있나” 對 한서희 “6년 전이라 그것만 기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는 13일 양 전 대표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협박) 등의 혐의에 대한 6차 공판에는 한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날 재판의 주요 쟁점은양 전 대표가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진술을 번복하면 사례비를 주고 변호사도 선임해주겠다”라고 말했는지였습니다.

양 전 대표는 한씨가 마약 혐의로 체포돼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비아이의 마약 구매 혐의를 경찰에 진술하자 수사를 막으려 한씨를 회유·협박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양 전 대표의 혐의가 바로 이 발언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날 재판 증인인 한씨는 2016년 8월 23일 YG 사무실에서 양 전 대표를 만나 두 시간가량 면담하면서 협박과 회유하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고, 이 사건을 언론에 제보한 핵심 인물이죠. 신문은 증인의 심리적 어려움을 고려해 가림막이 설치된 채 진행됐습니다.

양 전 대표 측은 발언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인은 ▶양 전 대표가 ‘너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는 말 외에 어떤 말들을 했는지 ▶한씨가 협박 상황을 증명할 녹음이나 일기장, 지인들과 나눈 대화 등이 있는지 등을 집요하게 추궁했습니다.

2~3시간 정도 긴 시간 동안 협박이라고 느낄만한 발언을 들었다면, 전후 맥락도 기억나고 당시의 상황을 어떤 형태로 기록해둔 흔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입니다. 변호인은 “한씨의 발언들을 축약해보면 15~30분 분량에 불과하다”라거나 심지어 해당 발언이 “공익신고서나 공익신고를 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한 최초 보도 매체 기사에는 (해당 발언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룹 아이콘 비아이(왼쪽), 한서희. [사진 연합뉴스·인스타그램]

그룹 아이콘 비아이(왼쪽), 한서희. [사진 연합뉴스·인스타그램]

이에 한씨는 “6년 전 기억이다. 다 기억나지는 않는다. 무서운 말, 뇌리에 남은 말만 기억에 남은 것”이라며 “조사받는 과정에서 경찰들이 제 기억을 상기시켜주려고 애썼다. 지어낸 것이 아니다. 기억하려고 하다 보니 생각났다”라는 논리로 맞섰습니다.

한씨는 “당시에는 그것이 협박이라는 죄목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중에 제가 당한 게 협박이라는 말을 들어서 그렇게 생각했다. 제가 무서움이나 두려움을 느끼면 그게 협박 아닌가. 공익신고서를 쓸 때는 변호사에게 그런 부분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라고도 덧붙였죠. 양 전 대표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죽이겠다’ 그런 말까지 한 건 아니었지만, 당시 가수의 꿈을 꾸고 있던 본인 입장에서는 양 전 대표의 발언이 PD 등 방송 관계자들을 통해 일을 못하도록 하거나 기사를 내는 등의 식의 협박으로 다가왔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한씨는 양 전 대표에 대해 “이 사람(양현석 전 대표) 말을 안 들으면 죽겠구나 생각이 들었다”(3차공판)라거나 “가소로웠다. 저런 쓰레기를 왜 무서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무서워할 가치를 못 느꼈다. 욕이라도 하고 녹음이라도, 협박이라도 할 걸. 못해서 한이다”(5차 공판) 라고 평한 바 있습니다.

‘진술 무마 의혹’으로 물러난 양현석…비아이·한서희 마약 유죄

양 전 대표는 이날도 방청석에서 해당 재판에 참여했습니다. 빅뱅 지드래곤‧탑, 2NE1 박봄, 프로듀서 쿠시 등의 마약 논란에 이어 비아이의 마약 수사 무마 의혹까지 불거지자 양 전 대표는 전격적으로 지난 2019년 대표직을 내려놓은 바 있죠. 이와 별도로 양 전 대표는 ‘버닝썬’ 수사의 여파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카지노에서 20여 차례에 걸쳐 판돈 4억여원 상당의 바카라·블랙잭 등 도박을 한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한씨는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된 상태입니다. 한씨는 이날 본격적인 증언을 시작하기에 앞서 재판부의 양해를 얻어 “양 전 대표 측과 언론이 프레임을 씌우고 있어 힘들다”는 취지로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의 모습. 뉴스1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의 모습. 뉴스1

한씨가 양 전 대표가 “내 새끼가 경찰서 가는 것 자체가 싫다”면서 진술 번복을 협박했다고 주장한 당사자인 비아이는 지난해 9월 대마초와 LSD를 구매해 일부 투약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상태입니다.

이 재판 역시 진실 규명까지는 시간이 걸릴 예정입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해 8월 첫 공판준비기일 때 “단순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정황으로 판단해야 하는 게 많아 입증에 난이도가 상당히 있다”며 “시간이 너무 흘러가는 것은 원하지 않으니 올해 안에 끝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미 해를 넘긴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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