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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미국 물가상승률 41년 만에 최고…고개 드는 Fed ‘자이언트 스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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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유가 상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유가 상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기대비 8.6%)이 ‘게임 체인저’가 됐다.”

미국의 투자은행 제프리스 앤드 컴퍼니가 지난 10일 내놓은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오는 14~1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을 하면서다. 당초 예상된 ‘빅스텝(0.5% 포인트 인상)’보다 더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선 긋기로 무대 뒤로 밀려나는 듯했던 ‘자이언트 스텝’이 다시 등장할 기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진 탓이다. Fed가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건 1994년이 마지막이다. 조너선 밀러 바클레이스 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보고서에서 “Fed가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시장을 놀라게 할 적절한 이유가 생겼다”며 “15일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 따르면 이날 연방 기금(FF) 금리선물시장이 예상한 6월 Fed의 ‘자이언트 스텝’ 전망은 23.19%로 하루 전(3.57%)보다 20%포인트가량 뛰었다.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 건 지난 10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CPI 상승률이다. 1년 전보다 8.6% 뛰며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의 전망치(8.3%)를 크게 웃돌며 물가 ‘피크 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기대도 쑥 들어갔다. 에너지 가격(34.6%)과 식품 가격(10.1%) 등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당장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 미국의 일반 휘발유 평균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갤런(3.785L) 당 5달러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주(갤런당 6.43달러) 등에선 갤런 당 6달러 선도 돌파했다.

상승 곡선을 그리는 건 휘발유만이 아니다. 식탁 물가와 외식 물가도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기업들이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식품제조업체 크래프트 하인즈는 지난 6일(현지시간) 유통 고객사들에 오는 8월부터 파스타 소스와 커피 등의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지난 2019년 이후 최근까지 제품 가격을 13.9% 올렸지만, 추가 인상에 나서는 것이다.

대형 제과업체인 몬델리즈도 이달 초 “향후 1년간 훨씬 더 많은 가격 인상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맥도날드는 지난 9일(현지시간) 투자 콘퍼런스에서 “소비자들에게 너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의 가격 인상을 연구 중”이라고 발표했다.

한미 기준금리추이 인상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 Fed ·한국은행]

한미 기준금리추이 인상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 Fed ·한국은행]

사룟값 상승에 따른 육류 가격 오름세도 예상된다. 스팸 제조사로 알려진 호멜푸드는 지난달 초 가축 사료용 옥수수와 콩 가격을 각각 125%와 40%씩 인상했다. 앞서 미국 최대 육류가공업체 타이슨 푸드는 지난 4월 초까지 3개월간 소고기 값을 평균 24% 올렸다.

문제는 더욱 짙어지는 ‘S(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의 공포’다. 뛰는 물가만큼이나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38개 회원국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2%로 1998년 9월(9.3%)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OECD는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치보다 1.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경기침체의 신호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도 나타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미 2년물 국채의 금리는 지난 10일 장중 3.06%를 기록하며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 반면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같은 날 3.17%에 그치면서, 장단기 금리 차는 0.11%포인트로 축소됐다.

데이비드 페트로시넬리인스피어X 선임트레이더는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갉아먹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Fed의 금리인상 횟수가 늘어나면서 경기침체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장단기 금리 차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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