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패소 직후 집에서 휘발유통 가져왔다…방화 참사날 CCTV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화재 현장에서 경찰·국과수·소방당국이 정밀 감식을 벌이고 있다. 뉴스1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화재 현장에서 경찰·국과수·소방당국이 정밀 감식을 벌이고 있다. 뉴스1

7명이 숨진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구체적인 범행 경위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12일 방화사건 용의자 천모(53·사망)씨가 범행에 사용한 휘발유 구입 경로와 시기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9일 화재가 발생한 대구 수성구 법무빌딩 203호 사무실 1차 현장 합동감식에서 연소 잔류물을 확보해 감정한 결과 휘발유 성분이 나왔다. 경찰은 하루 뒤인 2차 합동감식에서 휘발유를 담았던 것으로 의심되는 유리 용기 3개와 휘발유가 묻은 수건 1개 등을 추가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천씨가 범행 당시 사무실 안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휘발유 구입 경로가 확인되면 천씨가 범행을 언제부터 계획했는지, 범행에 휘발유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등을 가늠할 수 있다”며 “확보된 폐쇄회로TV(CCTV) 등으로 천씨의 동선을 추적해 주유소를 탐문하고, 카드 결제 내용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휘발유를 어디서 샀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화재 현장에서 경찰·소방·국과수·한국전기안전공사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정밀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화재 현장에서 경찰·소방·국과수·한국전기안전공사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정밀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최종 사망 원인과 현장에서 발견된 길이 11㎝짜리 흉기가 범행에 사용됐는지 여부 등도 조사 중이다. 전날 국과수는 사망자 7명의 사인이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냈다. 국과수는 김모(57) 변호사를 포함한 사망자 2명에게서 흉기에 찔린 상처(자상)가 발견됐지만, 직접적 사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경찰은 흉기가 범행 도구인지 파악하려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이후 감정결과가 오는 대로 최종 사망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결과가 나오는 대로 사건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용의자가 사망한 데다 범행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목격자가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천씨가 여러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불을 지른 법무빌딩은 수억 원대 민사소송의 상대방 측 변호인 (합동) 사무소가 자리해 있다. 더욱이 천씨는 범행 1시간 전 재판에서도 졌다. 이런 여러 재판 결과가 ‘도화선’이 됐을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방화 용의자 A씨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아파트 출입문에 경찰의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뉴스1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방화 용의자 A씨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아파트 출입문에 경찰의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천씨는 불이 난 변호사 사무실에서 직선거리로 700m가량 떨어진 범어동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 해당 아파트 주변 CCTV를 보면, 천씨는 범행 당일인 9일 오전 10시 민사재판에서 패소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찍혔다. 천씨는투자 신탁사를 상대로 5억9000만 원대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날 이 소송에서 진 것이다.

이후 천씨는10시48분쯤 집에서 흰 천으로 가린 원통형 물체를 들고나와 차량 조수석에 실었다. 이 물체가 휘발유를 담았던 유리 용기로 추정된다. 이어 천씨는 수성구 법무빌딩으로 향했고, 7분 뒤인 10시 55분 119에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민사소송 피고(신탁사) 측법률 대리를 맡았던 변호사 사무실 역시 이 법무빌딩에 위치해 있다.

천씨는 방화 하루 전날인 8일 형사재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천씨는 2017년 대구·경북지역 부동산 정보 공유 대화방에 자신이 투자한 사업의 시행사 대표이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천씨는수억 원대 투자금 상환을 놓고 오랫동안 이 시행사 대표이사와 갈등을 빚어왔다. 관련 소송에선 패소한 바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