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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갱도에 장비 투입된 듯”…김정은 핵 결단만 남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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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는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년9개월 만에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폭장치 실험, 갱도 재개방 등 지금까지 가시적으로 드러난 징후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북한의 핵실험 준비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나온다.

우선 북한은 올해 초 시작한 풍계리 만탑산 인근 핵실험장의 남쪽 3번 갱도의 복구를 마쳤다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더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6일 IAEA 이사회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중 하나가 재개방된 징후를 포착했다”며 “이는 핵실험을 위한 준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공장과 플루토늄 재처리를 위한 5메가와트(㎿e) 원자로를 꾸준히 가동하며 핵 활동을 계속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로시 총장의 ‘풍계리 갱도 재개방’ 발언을 북한이 갱도에 차량·장비 등의 투입을 시작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새로운 출입구에서 활동이 있다는 것은 북한이 핵실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준비하기 위한 핵 기폭장치 실험을 하는 것이 탐지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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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직전 마지막 단계에선 통상 폭발의 위력 등을 측정하는 각종 계측장비와 지상 통제소 간 케이블 연결, 콘크리트와 자갈 등으로 갱도의 입구를 채우는 되메우기 작업을 진행한다. 다만 갱도 재개방이 이런 막바지 작업까지 진행 중이란 뜻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런 활동은 위성사진 등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포착된 정황만으로도 김정은의 결단만 남은 상황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이제부터는 북한이 구체적인 핵실험 시점을 예고하지 않는 이상 핵실험을 진행한 뒤 탐지한 인공 지진파로 확인하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택일’에는 기술적 준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홍석훈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한의 기존 핵실험 패턴을 보면 기술적인 완성도를 중시했다”며 “김정은이 지난해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소형화·경량화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완성된다면 언제든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 등 북한 내부의 상황이 핵실험 시기 등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당초 6월 초순 열겠다고 예고한 ‘조선소년단 9차 대회’를 미루거나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5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행사이나 북한 매체들은 7일까지 조선소년단 창립절(6일) 관련 행사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국내 정치 일정도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12일 정치국 회의에서 “일련의 중요한 문제들을 토의해 결정하겠다”며 이달 상순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8기 5차)를 소집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관련한 대외 메시지를 먼저 발신한 뒤 핵실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우선 전원회의에서 핵실험 강행을 위한 정치적 명분 쌓기에 나설 것”이라며 “핵실험을 통해 전술핵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북핵 대응을 위해 밀착하는 한·미·일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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