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수주 ‘보릿고개’에서 벗어났지만, 실적 개선은 아직도 먼 길이다. 최근 후판 가격 상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5일 해양수산부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 초만 해도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빅3’가 하반기부터는 흑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들의 선박 수주가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면서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우선 최근 선박용 후판 공급 가격이 t당 10만~15만원 올랐다.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지난해 t당 50만원 인상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수익성 개선을 노리던 조선업계는 또다시 큰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러시아 선주의 계약 미이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10월 러시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3척 중 1척을 계약 해지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 3사가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금액이 약 80억 달러(약 10조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한다. 대 러시아 경제제재가 장기화하면 이런 대금 미지급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산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도 조선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6∼2019년 조선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로 설계·연구 기술인력을 포함한 상당수 근로자가 조선소를 떠났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협력사를 포함한 국내 조선소 인력은 2014년 말 20만3441명에서 지난해 말 9만2687명으로 7년 새 54% 감소했다.
이런 악재의 영향으로 조선업은 한국의 13대 주력 산업 중 유일하게 올해 수출이 먹구름이다. 산업연구원의 ‘2022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 한해 조선업의 수출은 전년 대비 20.2% 감소할 전망이다.
희망은 남아 있다. 지난 2020년 조선 3사와 100척이 넘는 LNG선 건조 슬롯 계약을 체결한 카타르의 대량발주가 곧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그간 원자잿값과 새 선박의 선가가 올라갔다는 점이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후판 및 기자재 비용 상승 등으로 의한 충당금 적립이 있었기 때문에 연간 흑자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철광석과 원료탄의 추가적인 가격 강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원만한 실적 개선 흐름이 확인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