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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 살았다" 조니뎁-앰버허드 '진흙탕 싸움' 2라운드, 승자는

중앙일보

입력

앰버 허드. AFP=연합뉴스

앰버 허드. AFP=연합뉴스

'가정 폭력범' 오명을 쓴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이 미국에서 전처 앰버 허드(36)을 상대로 벌인 명예훼손 소송에서 명예를 일부 회복하게 됐다. 특히 이번 소송은 영국법원에서 벌였던 비슷한 소송의 2라운드 격인데, 허드에게 유리하게 나왔던 영국재판과 상반된 결과가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법원은 허드가 전 남편인 뎁에게 1500만달러(약 187억5700만원)를 배상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맞소송을 냈던 허드도 200만달러(약 25억원)를 남편 뎁으로부터 받게 됐는데, 현지 법조계는 뎁의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한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 부부였던 뎁과 허드는 결혼 15개월만인 2016년 5월 이혼했다.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은 허드가 2018년 미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자신을 '가정폭력을 대변하는 공인'이라고 묘사한 게 빌미가 됐다.

조니뎁(왼쪽)과 앰버허드. AFP=연합뉴스

조니뎁(왼쪽)과 앰버허드. AFP=연합뉴스

뎁 "나를 가정폭력범 몰았다" 전처에 소송

뎁은 직접적으로 '가정 폭력범'이라고 명시하진 않았지만, 자신을 지칭한 게 분명하다며 5000만달러(624억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허드 역시 뎁의 변호인이 자신을 '거짓말쟁이'라고 지칭하자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1억달러(1248억원)를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미국 법원은 지난 4월 12일부터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갔고, 뎁과 허드는 6주간 자신들을 포함해 수십명의 증인을 출석시켜 100시간이 넘는 공방을 벌였다. 명예훼손에 대한 재판이었지만, 공판 내용 대부분 증언은 서로 자신이 신체적·성적 폭력과 학대를 받았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허드는 "뎁으로부터 10여건의 폭행을 당했다" "신혼여행때도 목을 졸라 뎁이 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등의 진술했고, 뎁은 "허드가 던진 술병에 맞아 손가락 끝이 잘렸다"고 주장했다. 뎁은 허드를 때린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허드의 변호인은 뎁이 수년간 허드에게 보낸 사과 문자를 이유로 들어 이를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배심원단은 허드의 '가정폭력을 대변하는 공인' 기고문 중 3곳에서 뎁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1000만 달러의 배상액과 500만 달러의 징벌적 배상액을 합쳐 1500만 달러의 배상판결을 내린 것이다. 다만 버지니아주의 징벌적 배상액 상한은 35만 달러여서 실제 뎁이 받을 금액은 1035만 달러(약 129억4000만원)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법정에서 증언하는 앰버허드. AFP=연합뉴스

법정에서 증언하는 앰버허드. AFP=연합뉴스

英 법원은 "허드 폭행 대체적으로 사실" 판결 

한편 영국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소송이 제기됐지만, 상반된 판결이 나온 바 있다. 뎁은 영국 대중지 더선이 2018년 4월 기사에서 자신을 '아내 폭행범'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영국 법원에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미국에서의 소송과 마찬가지로 뎁이 이혼하기 전까지 허드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을 둘러싼 명예훼손 소송인 동시에 뎁의 폭력 행사 여부가 쟁점이었다.

하지만 영국 법원은 2020년 11월 모두 14건의 폭행이 있었다는 허드의 주장 중 12건을 인정했고 "기사가 대체로 사실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뎁은 항소심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듬해 3월 이를 기각했다.

뎁 옹호 팬 많아…美배심원, 영향 받았을 수도

양국 법원의 판결이 갈린 것을 두고 외신은 '재판 방식의 차이 탓'으로 보고 있다. 영국에선 판사가 심리를 진행한 반면, 미국에선 7명의 시민이 판단하는 배심원단 재판이었기 때문이다. 이 소송은 영국에서도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졌지만, 미국의 경우 재판 자체가 아예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방송을 본 팬들이 SNS에서 여론전을 주도해 나갔고, 이게 뎁에게 유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뎁을 위한 정의'라는 해시태그는 틱톡에서 190억 건의 조회 수를 올렸지만, '허드를 위한 정의'라는 해시태그는 6900만 조회 수에 그쳤다. 법원에 나온 팬들의 규모도 뎁을 옹호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배심원단은 언론보도를 보지 않도록 명령받았지만, 재판 내내 따로 격리되지 않아 기사나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니뎁. 로이터=연합뉴스

조니뎁. 로이터=연합뉴스

뎁 "내인생 돌려줬다" 허드 "실망감 말로 다 못해" 

뎁은 재판 뒤 성명을 통해 "배심원단에 내 인생을 되돌려줬다"며 "난 정말로 비참한 심정이다. 맨 처음부터 이 사건을 (법원에) 제기한 목표는 결과에 상관없이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새로운 챕터가 마침내 시작됐다"라며 "진실은 절대 죽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허드는 결과를 받아든 뒤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느낀 실망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산처럼 쌓인 증거도 전 남편의 불균형적인 힘과 영향력, 지배력에 맞서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평결이 다른 여성들에게 의미하는 시사점에 대해 더욱 더 실망스럽다"며 "이번 재판에서 져서 슬프다. 그러나 내가 미국인으로서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말할 권리를 잃었다는 것이 더욱 슬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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