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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이재명과 손맞잡더니…박지현 또 "민주당 바꾸고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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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윤호중(왼쪽), 박지현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0일 인천 계양구 경명대로 이재명 캠프사무실에서 열린 ‘투표해야 이깁니다’ 합동 기자회견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윤호중(왼쪽), 박지현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0일 인천 계양구 경명대로 이재명 캠프사무실에서 열린 ‘투표해야 이깁니다’ 합동 기자회견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86(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그룹' 용퇴론으로 촉발된 윤호중·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간의 갈등이 6·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급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두 사람은 30일 오전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사무실에서 그간의 갈등을 일단락하는 의미의 합동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 24일 박 위원장의 돌발 ‘대국민 사과 회견’으로 촉발된 갈등을 이 위원장의 중재로 종결짓는 의미의 일종의 ‘보여주기’로 해석됐다.

실제 이 위원장은 이날 두 사람과 양손을 모아 잡은 뒤 “꽉 잡아달라. 확실하게 내가 책임지겠다. 우리는 원팀”이라며 스스로 갈등의 ‘해결사’로 나섰음을 강조해 말하기도 했다.

회견이 끝난 뒤 박 위원장은 ‘갈등이 해소됐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을 겪었다고 봐달라”고 했고, 윤 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갈등 봉합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확전을 자제할 뜻을 밝혔다.

윤호중,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호중,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러나 당내에선 이 위원장이 전면에 나선 이날의 ‘원팀 세리머니’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직후부터 당 지도부 내 갈등은 더 크게 폭발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이날 박 위원장은 갈등 표출 시점을 선거 이후로 사실상 유예시킨 상황에서 또다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여러분, 저 정말로 민주당 바꿔보고 싶다”며 “능력과 관계없는 나이 무시부터, 학력·지역에 따른 차별도, 격차도, 당에서는 용인될 수 없게 해 보려고 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재명 후보가 함께 하자고 했을 때, 두려웠지만 마스크를 벗었다”며 자신을 발탁·천거한 주체를 이 위원장으로 특정했다.

민주당 내에선 특히 "민주당을 바꿔보고 싶다"는 표현을 놓고 "선거 이후 혁신위원장 등 자리 보전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 위원장은 앞서 윤 위원장과의 갈등 국면 중 "윤 위원장에게 혁신위원장을 요구했다"는 말이 나오자, "(혁신위원장을 줘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강력히 부인해왔다.

이날 회견으로 갈등 표출을 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한 상황에서, 박 위원장이 돌연 혁신위원장 제안을 부인해온 기존 입장을 뒤집은 듯한 말을 하자 당내에선 "박 위원장이 오락가락하면서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 위원장은 더 나아가 이날 글의 수신인을 '2030여성 지지층'으로 사실상 특정하며 “우리가 함께 나서면 혐오와 차별은 아무 힘도 못쓸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서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2030 여성층을 결집해 지방선거 이후 역할론을 띄우려는 것”(민주당 고위 당직자)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박운기 서대문구청장 후보 지원유세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박운기 서대문구청장 후보 지원유세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박 위원장의 돌발 행동이 계속되면서, 당내에서도 그에 대한 회의적 평가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박 위원장의 '희망사항'과는 무관하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주요 전략지에서 패배할 경우 ‘비대위 해체론’은 거스를 수 없고, 박 위원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 임기는 전당대회 직전까지이고 전준위(전당대회 준비위원회)까지 겸하기로 했다”면서도 “선거 결과가 너무 안 좋으면 비대위가 책임지겠다고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민주당이 지방선거 직후 추진해야할 것은 오히려 ‘교조주의’ 척결”이라며 “그런데 박 위원장이 보여온 ‘나만 옳다’는 식의 태도가 바로 쇄신해야 할 교조주의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대위 관계자도 “쇄신을 하자면서 박 위원장 본인만 앞세우는 식의 태도가 뭐에 유익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한 수도권 의원은 중앙일보에 “박 위원장이 말로는 쇄신을 내세우고 있지만, 갈등의 핵심 원인은 사실 '이재명 구하기' 때문”이라며 “이 위원장이 민주당의 중요한 인물이지만, 당을 이 위원장의 사유물로 여기는 것에 대해선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내 강선 지지층들이 장악한 당원 게시판에도 “(박 위원장이)민주당의 대표성을 갖기엔 무리가 있다”, “팬덤정치를 없애자면서 정작 본인이 ‘과잉 대표’ 팬덤 정치를 한다”는 비판의 글이 집중적으로 게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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