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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떠난 말레이시아 정치 공백…수렴청정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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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는 22년간의 장기 집권을 짧은 이별로 마무리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하티르는 마지막날인 31일 엄숙한 표정으로 관저에 나왔다. 전통의상 차림이었다.

이슬람의 안식일인 금요일이라 사원에서 기도를 한 그는 압둘라 바다위 부총리와 함께 국왕을 알현하러 왕궁을 찾았다. 자신의 사임을 요청하고 압둘라를 후임으로 추천하는 요식 절차를 밟기 위해서다. 별도의 퇴임식은 없었다.

앞서 30일에는 국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고별 연설을 했다. 내용은 재임 시절에 대한 회고가 주를 이뤘다. 1957년 독립 이후 말레이시아가 거둔 눈부신 경제성장을 "고무와 주석 등 1차자원 생산국에서 고도산업국가로의 비약"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업적을 강조했다.

독재자라는 비난에 대해선 "말레이시아처럼 복잡한 다민족 국가에서 민주주의적 자유는 무정부를 부른다"는 평소의 주장을 거듭하는 것으로 한마디 했다. 이날 집권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의 총재직을 사퇴해 정치의 짐을 벗었다.

29일에는 눈물 속에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81년 취임한 말레이시아의 제4대 총리는 조용히, 그것도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그의 퇴임은 말레이시아에 커다란 정치적 공백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재임기간은 57년 독립한 이 나라 역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게다가 국민의 40%가 그의 취임 이후에 태어났다. 따라서 그의 퇴임에 따른 공백이 클 수밖에 없다. '마하티르 학교의 학생'이라는 소리를 듣는 후임자가 이 '허기'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이에 따라 마하티르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경우에 따라 지나친 개입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게 나온다. '우정어린 충고'라는 형식을 빌려 후임자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간섭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마하티르는 이런 우려를 보도했던 BBC 방송과 31일 인터뷰를 하면서 "재임 중 원하는 일을 모두 다 하진 못했지만 불만은 없다. 이미 22년이나 했기에 나의 시대는 끝났다. 이젠 다른 사람들의 차례"라며 이런 추측을 일축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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