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까지 스마트폰쓰는 10살…스마트폰 중독 초등생 3년새 10%↑

중앙일보

입력 2022.05.26 06:00

강원도에 사는 A(10)군은 유치원 때부터 부모님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갖게 됐다. A군 부모는 여러모로 걱정도 됐지만, 학교에서 행여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봐 A군에 스마트폰을 사줬다. A군은 주로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했다. 그래도 중학생인 누나와 함께 밥 먹거나 잠 잘 땐 방이나 거실에 스마트폰을 놓기로, 나름대로 엄마와 정한 최소한의 룰을 지켰다. 문제는 아빠가 2년 전 갑자기 지방으로 발령이 나면서부터였다.

여가부 '2022년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조사'

엄한 아빠가 사라지니 A군은 점점 규칙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누나가 “왜 동생만 놔두냐”고 하면서 갈등이 커지자 엄마는 힘으로 몇 차례 A군의 스마트폰을 뺏으려 했지만 A군은 공격적으로 반응했다. 엄마를 밀쳐내 몸싸움이 벌어졌다. 가끔 혼잣말처럼 엄마에게 욕도 했다. A군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 많게는 하루 10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었다. 자야 할 시간에 이불을 덮어쓰고 스마트폰을 사용했고, 새벽 2시까지 이어질 때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지각하기 일쑤였다. A군 엄마는 “아이를 더는 컨트롤할 수 없다. 도와달라”며 관련 상담센터를 두드렸고 A군은 현재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중독 증상을 보이는 초등학생의 수가 3년 새 10%가량 뛰었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중독의 저연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4월 전국의 청소년 127만30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2022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0명 중 19명 가량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중독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pixabay.

여성가족부가 올해 4월 전국의 청소년 127만30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2022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0명 중 19명 가량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중독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pixabay.

여성가족부는 지난 4월 전국의 청소년 127만30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뒤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2009년부터 각급 학교를 통해 매년 실시되고 있으며, 이번에는 1만1833곳의 학령 전환기(초4·중1·고1) 학생들이 참여했다.

응답자의 18.5%인 23만5687명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100명 중 19명가량이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에 사실상 중독 증상을 보이는 셈이다. 지난해보다 3% 가량(6796명) 늘었다. 위험군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장애를 겪으며 금단 현상을 보여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위험사용자군’과 자기조절에 어려움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주의사용자군’으로 나뉜다. 20개 문항으로 질문한 뒤 특정 점수를 기준으로 위험과 주의군을 나눈다. 여가부는 “위험사용자군과 주의사용자군 모두 증가해 과의존 청소년이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모두에 과하게 의존하는 중복 위험군도 8만8123명(6.9%)이나 됐다. 전문가 개입이 필요한 위험사용자군만 놓고 보면 스마트폰에서 1만4905명, 인터넷에서 1만7789명 등 총 3만2694명으로 조사됐다. 2020년(2만8671명)과 2021년(3만452명)에 이어 증가 추세다. 중학생(8만6342명), 고등학생(7만8083명), 초등학생(7만1262명) 등으로 학년이 높을수록 위험군 학생 수가 많았다.

문제는 최근 3년 새 초등생에서의 위험군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4에서 위험군은 2020년 6만5774명이었는데 올해 7만1262명으로 8.3% 늘었다. 중1(2.2%), 고1(0.3%)보다 증가세가 가파르다. 김성벽 여가부 청소년보호환경과장은 “코로나19 등으로 미디어 접촉 기회가 늘었고 게임뿐 아니라 유튜브 등의 소비가 늘면서 전반적 의존도가 높아진 게 저연령화 현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초3 아이를 키우는 B씨도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스마트폰을 사줬다. 복직하면서 아이 위치를 파악하거나 즉각적으로 연락이 필요한 일들이 생길 거라 예상해서였는데 최근 사용량이 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B씨는 구글이 내놓은 어플리케이션(패밀리링크)을 통해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앱 등을 제어한다. 과의존 등이 걱정돼 유튜브나 카카오톡 같은 앱은 아예 깔지 않았다. B씨는 “사용 문제로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잦지만 마음속으로는 어른도 자제가 어려울 때가 많은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냐 싶다”고 했다.

강원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이숙재 팀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고등학생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최근 초등학생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공격적 성향이 매우 높아져 부모가 상담센터에 아이를 데려가기조차 어렵고 결국 상담사가 집으로 방문해야 하는 사례도 왕왕 있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자율 사용 비중이 높은 중·고생들과 달리 초등생은 부모의 지속적 관리가 잘 되다가 코로나19로 미흡해진 측면도 있다”며 “부모가 직장에 가고 아이는 학교에도 안 가고 혼자 생활하거나 제3자에 의해 관리되다 보니 이전보다 통제가 안 되고 이런 습관이 3년 가까이 굳어져 청소년의 욕구지연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별로 따져보면 남자 청소년의 위험군 증가가 3년 새 11만6731명서 12만3972명으로 6.2% 증가했다. 여자 청소년은 이 기간 11만1389명서 11만1715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초, 중학생에선 남자 청소년이 더 많았으나 고등학생에선 여자 위험군이 더 많았다. 고등학생서 여학생이 많은 이유로 김성벽 과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게임 이용이 는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위험군 학생의 경우 추가 검사를 통해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등의 질환을 진단받기도 한다. 이숙재 팀장은 “우리 센터에서 1년에 40명 정도가 이런 진단을 받아 치료받는다”며 “문제는 위험군이라 해도 무조건 개입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부모가 관심을 갖고 동의해야 정보를 받고 상담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여가부는 위험군을 발굴해 상담, 병원치료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권영 여가부 청소년정책관은 “가정에서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보호자 대상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