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LG 우승 돌풍 백인천 감독|프로 정신 「참 맛」 일깨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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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7년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한 백인천 감독의 한이 마침내 찬란한 우승으로 꽃피워졌다.
해태가 주도하던 한국 프로야구 판도는 백 감독의 등장으로 뿌리째 흔들리면서 일대 개편바람이 불기 시작한 셈이다.
LG가 재창단을 선언한지 1년도 못돼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잇따라 석권한 것은 분명 충격이었다.
프로야구의 역사가 9년으로 비록 짧다고는 하나 나름대로 기술적·정신적 발전이 있었고 프로야구 선진국인 미국·일본의 지도자들이 단기적이나마 한국 프로야구에 선진 기술을 접목하는 등 변화와 발전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 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백인천 감독이 단 시일내 한국프로 야구를 초토화시키며 평정해 버림으로써 그동안의 노력·진보 등이 허구 (?)가 아니었나 의아심마저 들게 만들었다.
백인천 야구가 이토록 단시간에 한국 프로야구에 혁명을 몰고 온 비결은 무엇인가.
그것은 실력이 뒷받침 된 강인한 리더십과 결코 물러서지 않는 프로 정신의 접목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백 감독의 리더십·용병술은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일본 시리즈를 9연패한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가와카미 감독을 본 받은 것이기도 하다.
전 MBC청룡이 지난해 6위를 차지할 당시와 똑같은 전력으로 한국 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는 기적을 일궈낸 이면에는 백 감독의 파격적인 용병술이 단단히 한몫을 해냈다.
스타의식에 사로잡혀 이합집산을 되풀이하던 김재박 이광은 신언호 등 고참 선수들을 당근 (장래 진로)과 채찍을 양손에 들고 마지막 정열을 쏟아 붇도록 요구했고 프로에 갓 입문한 김동수 등 유망주들에게는 자신이 일본 프로야구 선수 시절 터득한 기술을 전수, 프로의 참 맛을 일깨워줬다.
2류급 투수에 불과했던 문병권 김태원 정삼흠 등에게는 강인한 승부 근성을 주입시키거나 승부 구를 바꿔 일약 10승 이상의 1류 투수로 변모시키는 실력을 보이기도 했다.
LG선수들은 팀의 주축 선수들까지 가차없이 2군으로 밀어내는 백 감독의 리더십에 이끌리면서 팀웍을 다져가기 시작, 마침내 유종의 미를 거두기에 이르렀다.
LG 우승은 백 감독의 작품이기도 하나 한국 프로야구계에는 일대 충격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한국 프로야구는 아마 시절부터 도제식으로 지도자 수업을 받아온 감독·코치들이 오늘날까지 자리를 이어온게 사실이다. 따라서 정통 프로야구 출신으로 해박한 지식과 지도력을 갖춘 진정한 지도자가 전무했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 야구인 일본 프로야구를 익힌 백인천 야구가 프로야구 판도를 휘저어 놓고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일견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백 감독은 용병술·작전·훈련 등 모든 면에서 6개 구단의 감독들을 능가했으며 선수들은 실력을 갖춘 지도자 아래 똘똘 뭉치는 결과를 불렀다.
다소 빠른 감은 있으나 LG의 우승은 한국 프로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수차례 되풀이됐던 지도자 기근 문제, 정통 이론의 정립, 프로 정신의 부재 등 한국 야구의 취약점이 백 감독으로 인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는 셈이 됐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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