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로 코로나 잡는다"…尹정부 '과학 방역 1호' 효과는

중앙일보

입력 2022.05.21 06:00

코로나19 '과학 방역'을 내세운 새 정부에서 꺼낸 첫 카드는 '공기 관리' 였다. 시설 별 환기 기준을 새롭게 만들고 학교에는 항바이러스 기능이 있는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현재 각급 학교에 설치된 공기청정기에는 항바이러스 기능이 미약한 상태"라면서 일선 학교에 필터 교체 등을 통해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있는 공기청정기 설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공기청정기로 바이러스 차단에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바이러스 저감 성능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모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모형도.

"고성능 필터 통해 바이러스 걸러내"

공기청정기는 바이러스, 먼지 등이 떠다니는 공기를 흡입구로 빨아들여 고성능 필터인 '헤파 필터'를 통해 이들을 걸러낸다. 김성환 단국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공기청정기는 공기 중 떠다니는 바이러스를 필터로 잡아내 상당 부분 걸러낸다"면서 "현재 공기청정기가 공기중 바이러스의 밀도(농도)를 낮출 수 있다는 데 이견은 없다"고 말했다. 또 "포집된 바이러스가 유출돼 다시 공기로 전파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했다. 김 교수 팀이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서 바이러스 2개 종을 적용해 국내 6곳 회사의 공기청정기 제품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공기청정기에 한번 포집된 바이러스는 토출구를 통해 유출되지 않았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생존율이 떨어졌는데, 열흘 후에는 바이러스 생존율이 0~0.27%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항바이러스'라는 표현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광철 에어랩 대표(공학 박사)는 "일반적으로 '항'이라고 하면 살균에 가까운 개념"이라며 "일반 공기청정기는 바이러스를 아예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필터를 통해 걸러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교수 역시 "항균, 항곰팡이 등 화학제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쓰이는 용어를 공기청정기에 쓰면 소비자가 헷갈릴 수 있다"며 "공기청정기의 경우는 바이러스를 얼마나 잘 걸러내는지, 즉 바이러스 저감 성능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환기와 공기청정기 함께 사용해야"

코로나19 초기, 공기청정기가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공기청정기의 출구에서 생성되는 기류(공기 흐름)를 타고 침방울이 퍼질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2020년 3월, 일선 학교에 공기청정기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실장은 "공기청정기의 토출구(공기가 나오는 부분) 쪽으로 재채기나 기침을 하지 않는 이상 공기청정기를 통해 비말(침방울)이 퍼지진 않는다"며 "바이러스 역시 세균, 미세먼지와 같은 입자기 때문에 오히려 공기청정기는 물리적으로 공기 중 바이러스를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우리와 달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 운영을 할 때, 공기 정화를 위해 헤파필터를 갖춘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효과적인 공기 질 관리를 위해서는 환기를 하면서 공기청정기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열냉동공조학회(ASHRAE)는 "비의료시설에서 감염성 에어로졸(공기 중에 미세한 입자가 혼합된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환기와 같이 외부 공기 도입량을 늘리고, 헤파 필터 등을 갖춘 이동식 공기청정기를 함께 가동할 것"을 권고했다. 노광철 대표는 "결국은 어떤 방식으로 공기 중 바이러스 농도를 낮추느냐의 문제"라면서 "미세먼지, 세균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도 입자고, 공기 중 입자를 걸러내는 데에는 공기청정기가 월등하다고 알려진 만큼 환기와 공기청정기를 같이 사용하면 공기 질 개선에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겨울처럼 환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기청정기는 적절한 보완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러스 저감 성능 판단할 '기준' 필요…표준시험법 등 만들어야

지난 2월, 개학을 앞두고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역 소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지난 2월, 개학을 앞두고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역 소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정부가 공기 질 관리 정책에 공기청정기를 활용하려면, 우선 바이러스 저감 성능에 대한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김성환 교수는 "일부 바이러스 저감 예비 테스트나 방법론은 만들어져 있지만, 공식적인 기준은 없는 상황"이라며 "어떤 시험을 거친 헤파 필터를 넣느냐, 헤파 필터에도 여러 급이 있는데 어느 기준까지를 바이러스 저감 효과로 볼 것인가 등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의 바이러스 저감 효과는 필터의 성능, 청정화능력(CADR) 등 공기청정기 자체 요소뿐 아니라 실내 공간 크기 등에 따라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 김 교수는 "학교 등에서 공기청정기를 구매할 때 입찰을 하면, 비용 때문에 성능이 떨어지는 필터를 쓸 수도 있다"며 "앞으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현재 시장에 보급된 제품별로 특성 조사를 해 기준에 맞는 필터를 구분해서 학교에 공급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기청정기의 바이러스 저감 성능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기준을 만들어가는 상황이다. ISO(국제표준화기구)에서는 공기청정기의 항균 효과에 대해선 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고 항곰팡이효과에 대해서는 기준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는 단계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국제표준은 아직 논의 초기 단계다.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질병청, 산업부, 환경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공기청정기 항바이러스 성능 인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헤파필터의 바이러스 여과 성능 시험, 공기청정기의 바이러스 제거 효율 시험 등 성능시험 기준과 방법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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