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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리는 감자를 과자로…지방 함께 살린 서울 청년 워케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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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스타트업 ‘바다공룡’은 지난해 6월 경상남도 고성군 대가면의 바닷가 마을에 ‘워케이션’ 공간을 만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 정착된 원격 근무를 통해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하는 워케이션 수요가 늘어난 점을 겨냥했다. 주된 사업비는 지난해 서울시의 ‘넥스트 로컬’에 선정돼 지원받은 1200여만 원이다.

바다공룡이 제공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에는 요가 클래스ㆍ선상낚시 등이 들어있다. 사진은 요가 수업을 직접 듣고 있는 최보연 바다공룡 대표의 모습. [바다공룡]

바다공룡이 제공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에는 요가 클래스ㆍ선상낚시 등이 들어있다. 사진은 요가 수업을 직접 듣고 있는 최보연 바다공룡 대표의 모습. [바다공룡]

지역의 자연·식재료·사람이 사업 아이템

최보연 바다공룡 대표는 2020년부터 거제·의령·남해 등에서 11개월 동안 워케이션을 직접 경험한 뒤 사업을 기획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경험을 살려 공유 업무공간과 와이파이, 모니터 등을 제공하고 요가 수업, 선상 낚시 등도 도입했다. 업무 외에 거주에 필요한 카라반·캠핑 장비와 점심·음료도 제공한다.

사업의 특징은 지역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점이다. 최 대표는 “업무공간은 마을 내 쓰지 않는 예비군 훈련소와 옛 경찰방범대 건물을 고성군으로부터 연 30만~100만 원에 임대한 후 리모델링을 했다”며 “참가자들의 소통을 돕는 커뮤니티 디너엔 모두 현지의 식재료가 사용되고, 관광은 당연히 지역의 자연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다공룡은 경남 고성군의 옛 예비군훈련장 건물 등을 임대해 리모델링, 코워킹스페이스로 만들었다. [바다공룡]

바다공룡은 경남 고성군의 옛 예비군훈련장 건물 등을 임대해 리모델링, 코워킹스페이스로 만들었다. [바다공룡]

넥스트 로컬, 만 19~39세 창업 ‘마중물’ 지원 

넥스트 로컬은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만 19~39세)이 전국 각 지역에서 창직·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창업자들이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서울시가 협력을 맺고 지역자원조사(100팀 내외), 사업화(50팀 내외), 후속 지원(20팀 내외) 등 3단계로 지원한다. 지난해 2단계 과정에서 1팀당 평균 1200만 원, 3단계에선 평균 29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넥스트 로컬 지원을 통해 2019~2021년 사업자 등록까지 마친 업체는 총 125개, 매출액은 약 67억 원에 달한다.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의 고용 창출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1~3기 사업에서 사업자 등록을 한 업체가 고용한 직원은 383명이며, 기존 직원들까지 포함하면 642명이다. 이들이 유치한 투자액은 11억600만 원이다.

“감자농가 생산지원 하고 250t 직접 매입”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권태연 감자혁명 대표는 대학교 2학년 때 시작했다 접은 사업을 넥스트 로컬을 통해 다시 일으켰다. 강원도 강릉에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감자를 매입해 현지에서 식음료(F&B) 사업을 시작했다. 감자가 들어간 장칼국수, 감자 무스가 올라간 카레 우동 등이 주메뉴다. 감자 가공역량은 있지만, 브랜드 판매가 어려운 가공업체를 찾아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으로 감자 칩 브랜드도 론칭했다.

권 대표 역시 사업의 주 원동력을 지역과의 상생에서 찾았다. 권 대표가 현지 농가에서 매입한 감자만 지난해 250t, 1억6000만 원에 달한다. 권 대표는 “현지 감자농가가 영세한 데다 고령화하고 있다 보니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 등에 제대로 대응을 못 하고 있었다”며 “생산량 확보를 위해선 씨감자(종자)를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종자매입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감자농가 매니지먼트’도 무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감자품종 개발을 전공한 권태연 감자혁명 대표는 지역에서 F&B 사업과 함께 감자농가의 생산 매니지먼트도 병행하고 있다. [감자혁명]

대학에서 감자품종 개발을 전공한 권태연 감자혁명 대표는 지역에서 F&B 사업과 함께 감자농가의 생산 매니지먼트도 병행하고 있다. [감자혁명]

김휘은 ABBF 대표는 지난해 전남 강진에서 생산된 쌀과 누룩을 이용해 크래프트 막걸리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는 술과 재료에 얽힌 지역 고유의 스토리를 같이 소비하는 문화가 생겼다는 점을 겨냥해 강진을 찾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현지 조사를 통해 강진 특산품에 레드향, 귤, 딸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를 이용해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는 6월 10일까지 넥스트 로컬 4기 지원을 받을 창업가들을 모집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넥스트 로컬 사업을 통해 지역 유휴자원 업사이클링, 지역자원 브랜딩 등 다양한 사업 아이템이 나왔다”며 “서로 다른 배경, 가치를 지닌 청년들이 지역과 연계해 성장·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5월16~6월10일까지 넥스트로컬 사업 지원 프로그램 4기를 모집한다. [서울시]

서울시는 5월16~6월10일까지 넥스트로컬 사업 지원 프로그램 4기를 모집한다.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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