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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값 돌연 12% 하락…중국봉쇄 여파? 닥터 코퍼의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6일 자전거로 막혀 있는 상하이 시내의 한 도로. [로이터]

지난 16일 자전거로 막혀 있는 상하이 시내의 한 도로. [로이터]

경기 흐름을 짚어줘 ‘닥터 코퍼(Dr.Copper·구리박사)’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t당 1만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거침없이 오르던 구리값이 두 달 보름 만에 12% 급락하자 글로벌 경기 침체의 ‘경고’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블룸버그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는 t당 9366달러(약 1189만원, 3개월 선물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었던 지난 3월 4일(1만674달러)과 비교하면 두 달 보름 만에 12.3% 급락했다. 지난달 25일 t당 1만 달러 선이 깨진 뒤 16거래일 연속 9000달러대에 머무르고 있다.

구리를 포함한 알루미늄과 아연 등 6개 주요 비철금속 가격지수(LMEX) 하향세도 뚜렷하다. LME에 따르면 이날 LMEX는 4483.9로 연고점을 찍은 3월 7일(5505.7)보다 18.6% 떨어졌다.

구리는 대표적인 경기 선행 지표다. 원유나 금(金)보다 지정학·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원자재다. 게다가 스마트폰부터 자동차와 건설 등 산업 현장에서 빠지지 않는 게 구리다. 경기가 살아나면 구리 몸값은 뛰고, 가라앉으면 가격이 내려간다. 그러다 보니 경제학자보다 경기를 잘 예측한다고 해서 ‘구리 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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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가치 하락, 구리값도 ‘뚝’  

최근 구리값의 하락은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의 코로나 봉쇄 영향이 크다.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절반을 차지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봉쇄 50일을 넘어선 상하이에선 지난달에 자동차가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반도체·자동차 등 부품을 만드는 공장도 일부 가동이 중단되면서 구리 소비가 확 줄어든 것이다.

수퍼 달러(달러 강세)에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것도 구리값 하락을 자극하는 불쏘시개다. 일반적으로 구리 같은 원자재는 미국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값이 오르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 여기에 구리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구리 구매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8일 위안화 가치는 연초(달러당 6.37위안)보다 0.37위안 내린 달러당 6.74위안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3일엔 2020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달러당 6.80위안을 뚫고 6.81위안까지 하락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 통화정책을 예고하며, 달러 가격이 치솟고 있어서다.

구리박사의 ‘위기’ 경보라는 시각도

금융투자업계의 원자재 전문가들은 최근 구리값 하락세를 중국발 코로나 봉쇄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건 코로나19 재확산이 없다면 다음 달 1일부터 봉쇄를 해제한다는 중국 상하이의 발표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상하이 봉쇄가 풀리면 제조업 경기 회복하면서 구리값이 다시 소폭 반등할 수 있다”며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와 페루의 정치 불안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도 구리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Fed의 고강도 통화정책으로 달러 가격이 뛰면서 구리 가격도 당분간 조정받을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코로나 봉쇄가 풀리면서 수요가 늘면 3분기 중반부터 구리값은 t당 1만 달러대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리 박사'가 경기 침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각국이 푼 유동성으로 자산가격은 치솟고 국가 부채는 크게 늘었다”며 “올해 본격화하는 돈줄 죄기로 거품이 깨지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수준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리값은 2008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68%(장중 기준) 고꾸라졌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코로나 봉쇄령이 단기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미국이 고물가ㆍ고금리 속에서 경기침체 전망에 더 힘이 실리면 글로벌 자산가격은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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