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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전신 '대안문'까지…조선 궁중 현판 83점 한자리에 모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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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개막한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에 전시된 '대안문' 현판. . 뉴스1

18일 개막한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에 전시된 '대안문' 현판. . 뉴스1

조선시대 궁중 현판 83점이 한 자리에 모인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18일부터 열리는 특별전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에서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된 조선왕조 궁중 현판을 조명하는 첫 대규모 전시다.

김인규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궁중 현판은 궁중 건축에서 화룡점정”이라며 “그 공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현판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왕조의 궁중 현판은 일제 강점기에 제자리를 잃고 떠도는 시련을 겪었다. 왕실의 권위를 상징했던 궁궐을 관광지ㆍ오락시설ㆍ박람회장 등으로 전용하면서, 현판을 철거해 제실박물관(이후 이왕가(李王家)박물관) 전시실로 사용됐던 창경궁 명정전 회랑 등에 진열한 것이다. 이들 현판은 해방 이후 경복궁에 보관됐고, 2005년 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하면서 다시 이동했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궁중 현판은 775점이다.

18일 개막한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에 전시된 '인화문' 현판. 뉴스1

18일 개막한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특별전에 전시된 '인화문' 현판. 뉴스1

이번 전시에서는 궁중 현판 83점 등 관련 유물 100여 점이 전시된다. 이 중에는 기로소(耆老所, 나이 든 신하의 예우를 위해 설치한 기구) 영수각 현판과 연관된 국보 ‘기사계첩(耆社契帖, 숙종이 기로소에 들어간 것을 기념하여 만든 화첩)’도 있다.

전시품 중 가장 큰 현판은 경운궁(현 덕수궁) 정문에 걸려 있었던 ‘대안문(大安門)’이다. 가로 길이가 3.74m에 달한다. 1904년 경운궁에 큰 화재가 난 후 대안문을 수리하면서 1906년 ‘큰 하늘’이라는 뜻의 ‘대한문(대한문)’으로 현판을 새로 달았다.

가장 오래된 현판은 1582년 제작된 ‘의열사기(義烈祠記)’로, 백제 의자왕 때와 고려 공민왕 때 충신을 모신 사당 ‘의열사’의 내력을 새긴 현판이다. 당대 명필로 이난 석봉 한호(1543~1605)가 글씨를 썼다.

18일 개막한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현판'에 전시된 '의열사기' 현판. 당대 명필 석봉 한호의 글씨다. 연합뉴스

18일 개막한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현판'에 전시된 '의열사기' 현판. 당대 명필 석봉 한호의 글씨다. 연합뉴스

이번 전시에서는 현판에 드러난 왕도 정치의 이념을 ‘성군의 도리를 담다’ ‘백성을 위한 마음을 담다’ ‘신하와의 어울림을 담다’ ‘표를 담다’ 등 네 개의 주제로 나눠 보여준다. ‘어진 마음으로 백성을 교화한다’는 뜻의 ‘인화문(仁化門)’, ‘어짊을 여는 문’이란 뜻의 ‘계인문(啓仁門)’ 등 각각 경운궁 남쪽 정문과 경복궁 근정전 동행각에 걸려 있었던 현판에서 조선이 실현하려고 한 이상적인 정치가 드러난다. 영조가 세자 교육기관인 세자시강원에 내린 명을 새긴 현판에는 세자가 오전과 오후에 각각 공부해야 할 내용과 횟수 등 세세한 규칙까지 적혀있다.

이 밖에 왕이 신하에게 내린 명령과 지침, 관청의 업무 정보와 규칙, 소속 관리 명단과 업무 분장, 국가 행사 날짜를 새긴 현판 등 다양한 기능의 현판도 전시된다. 당시 현판이 게시판이나 공문서 기능도 했음도 보여주는 유물이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전시 기간 중 휴관일은 없고, 관람료도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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