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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눈물 쏟은 유한준, "야구를 시작한 그곳에서 은퇴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고향팀 KT 위즈에서 은퇴한 유한준이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은퇴사 도중 끝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KT 위즈]

고향팀 KT 위즈에서 은퇴한 유한준이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은퇴사 도중 끝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KT 위즈]

"저는 가장 좋은 기록으로 은퇴하는 선수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저는 가장 행복하게 은퇴하는 선수입니다." 

프로야구 KT 위즈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베테랑 외야수 유한준(41)이 팬들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눴다. KT 구단은 14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이 끝난 뒤 성대한 은퇴식을 열어 유한준의 또 다른 미래를 축복했다. 

수원 유신고 출신인 유한준은 2004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를 거쳐 2015년 고향팀 KT로 이적했다. 이후 KT 타선의 중심으로 활약하면서 2020년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과 2021년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끈 주역이 됐다. 그는 지난 시즌 우승 후 은퇴를 선언하고 구단 프런트로 새 출발했다. 

"은퇴식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던 유한준은 모처럼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이강철 KT 감독과 KT 선수단은 물론이고, 과거 팀 동료였던 래리 서튼 롯데 감독, 오윤·강병식 키움 코치 등이 전광판을 통해 특별한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주장 박경수는 "선수생활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훌륭한 지도자로 거듭나기를 저희 모두 응원하겠다"고 덕담했다. 

유한준은 동료들의 인사가 끝난 뒤 은퇴 소감을 얘기하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30여년 전 이곳 수원 야구장에서 처음 야구를 시작했던 꼬마 야구선수가 시간이 흘러 다시 이곳에서 작별인사를 드리게 됐다"며 "은퇴를 결정하고 가장 많이 든 생각이 감사함과 행복함이었다"며 많은 이의 이름을 언급했다. 

유한준은 또 "그동안 KBO리그를 거쳐 간 다른 훌륭한 선수들보다 좋은 기록으로 은퇴를 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 어느 선수보다 가장 행복하게 은퇴를 맞이하는 것 같다"며 한참 말을 잇지 못하다 "내 은퇴 경기가 한국시리즈 우승 경기였고, 이렇게 많은 팬분들 앞에서 은퇴할 수 있는 자리가 허락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한준은 이날 그를 위해 준비된 '은퇴 로드'도 걸었다. 1루까지 도열한 KT 선수단과 한 명씩 포옹하며 눈물의 인사를 나눴고, 1루와 2루 사이에 서 있던 유신고 후배들과 주먹 인사로 응원을 주고받았다. 2루부터 홈까지는 유한준의 등번호와 같은 수의 팬 61명이 서서 그를 기다렸다. 유한준은 팬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홈으로 들어오는 그를 가족들이 두 팔 벌려 맞이했다. 

유한준은 은퇴식을 마치면서 "나의 야구인생을 동행해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다시 여러분 앞에 서겠다"며 "나를 위해 모든 걸 헌신하신 부모님과 장인·장모님, 운동하는 동생에게 모든 걸 양보한 누나와 가족들, 항상 큰 힘이 돼준 아내와 두 달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막내구단의 가시밭길과 꽃길을 모두 함께한 KT의 기둥은 그렇게 선수 생활에 의미 있는 마침표를 찍었다. 

고향팀 KT 위즈에서 은퇴한 유한준이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이 끝난 뒤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 KT 위즈]

고향팀 KT 위즈에서 은퇴한 유한준이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이 끝난 뒤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 KT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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