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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탈출, 집값 차이보다 집 모자란 탓" 서울硏 내놓은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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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의 인구 유출은 ‘집값’ 차이라기보단 상대적으로 부족한 서울의 주택 공급량에서 기인했단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인 지역으로 집을 옮겨도 서울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서울 내 인구유출을 줄이기 위해선 신규주택 공급을 늘리고,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금융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0년간 서울인구 143만명 감소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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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연구원이 내놓은 ‘수도권(경기·인천) 내 서울 인구 전·출입 패턴과 요인’ 분석결과에 따르면 서울 인구는 1기 신도시 개발이 진행된 1989~1996년 큰 폭으로 감소했다. 1기 신도시는 성남 분당을 비롯,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내 5개 시에 들어섰다. 당시 약 30만호의 주택이 공급됐다.

이 기간 서울 인구를 살펴보면 1992년 1093만5000명으로 정점을 기록했다가 1993년 -4만6000명, 1994년 -13만명, 1995년 -20만9000명 등 2005년까지 매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인구는 2006~2010년 일시적으로 반등(14만5000명) 했다가 2021년 950만9000명을 기록, 정점 시기와 비교해 142만6000명(13.0%) 줄어든 상태다.

집값보다 ‘공급 요인’이 인구 움직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인구가 서울 밖으로 전출한 영향이 컸다. 지난 30여년간 서울 인구가 가장 가파르게 줄어든 1995년을 보면 한 해에만 총 32만2000명이 서울에서 경기·인천 지역으로 ‘순전출’(전입〈 전출)했다. 당시 서울의 신생아 수는 16만6000명으로 사망자 수(3만9000명)를 압도했지만 순전출 인구를 상쇄하진 못했다.

1990~2020년 서울 인구의 주요 전출지는 경기도 하남·화성·김포·시흥·남양주 등 대규모 도시개발지역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연구원은 “서울 인구 전출을 유발한 주요 원인은 양질의 주택 수요와 맞물린 신도시 건설”이라며 “2001년 시작된 2기 신도시(화성 동탄·파주 운정·수원 광교·하남 위례 등)를 비롯해 수도권 신도시 입주 시점마다 서울 인구의 순전출이 증가했고, 2010년 이후부터는 저출산까지 겹쳐 (인구가) 지속 감소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서울연구원은 이어 “일반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됐던 (주택) 매매가격 및 월세 등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다만 전셋값 차이는 일부 연령대에서 인구이동의 설명변수가 될 수는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인천의 집값이 싸서라기보다는 서울보다 주택 공급량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경기도 가서 자가·아파트 비중, 가구원↑”

(화성=뉴스1) 김영운 기자 =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심리가 꺾이면서 최근 수도권 곳곳서 아파트값이 떨어진 지역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20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모습. 2021.12.20/뉴스1

(화성=뉴스1) 김영운 기자 =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심리가 꺾이면서 최근 수도권 곳곳서 아파트값이 떨어진 지역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20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모습. 2021.12.20/뉴스1

이는 서울연구원이 최근 5년 이내 서울과 경인 지역을 전출입한 경험이 있는 20~69세 남녀 20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경인 지역 거주자 1056명이 꼽은 가장 큰 이주 사유는 임대계약만료(27.7%) 등 주택 요인으로 나타났다. 서울 거주자의 주된 이주 사유가 이직(26.5%), 취업(21.4%), 입학(22.3%) 등 직장·교육 요인인 것과 차이를 보였다.

설문에 따르면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간 인구의 경우 자가를 보유하거나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자가 비중은 30.1→46.2%로, 아파트 거주는 42.6→66.8%로 각각 올랐다. 전출 인구 10명 중 6명(62.5%)은 ‘주택 면적이 넓어졌다’고 답했고 18.6%는 가구 구성원이 늘었다고 답했다.

경기·인천 살아도 27%는 “매일 서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다만 경인 지역으로 주거를 옮겼더라도 서울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인 거주자의 26.8%는 ‘거의 매일 서울을 방문한다’고 답했다. 일주일에 1회 이상 서울을 방문하는 비율은 50.4%였다. 방문목적은 직장·학교 생활이 36.0%로 가장 높았고 친목 모임(25.5%)이 뒤를 이었다.

박형수 서울연구원장은 “서울을 떠난 사람 중 많은 수가 서울 생활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교육과 직장을 위한 서울 순전입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며 “재개발·재건축, 중심지 복합개발 등 적절한 방식과 수준의 주택공급을 통해 서울 시가지 내 신규주택을 공급하는 한편 금융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주거비용 관리 정책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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