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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도 척척, 불펜도 척척… SSG 마운드 만능열쇠 이태양

중앙일보

입력

SSG 투수 이태양. [연합뉴스]

SSG 투수 이태양. [연합뉴스]

선발도 척척, 구원도 척척 해낸다. SSG 랜더스 이태양(32)이 만능열쇠처럼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SSG는 1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3-1로 이겼다. 3연승을 달린 SSG는 2위 LG 트윈스(19승 14패)와 5.5경기 차를 유지하며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선발로 나선 이태양은 6이닝 동안 안타 6개를 내줬지만, 병살타 2개를 이끌어내며 1실점으로 막았다. 유독 삼성을 어려워했던 이태양이지만, 이날만큼은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적절하게 섞어 삼성 타선을 봉쇄했다. 시즌 기록은 3승 1홀드 평균자책점 1.95가 됐다.

이태양은 6회까지 87개를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는 "중요한 흐름이라고 생각하고 6회에 온 힘을 쏟았다. 감독님도 '여기까지'라고 하셨고, 나도 맞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는 비가 오지 않으면 (15일 경기까지) 두 번 선발로 나서니까 (힘을 아껴야한다)"고 말했다.

이태양의 보직은 '스윙맨'이다. 선발로도 나섰다가, 불펜으로 나선다. 시즌 첫 등판한 지난달 7일 KT 위즈전에선 선발로 나가 6이닝 1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팀에 다소 늦게 합류하면서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한 김광현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김광현이 선발진에 합류하면서 이태양은 불펜으로 돌아갔다. 시즌 두 번째 등판이었던 4월 13일 LG전에선 두 번째 투수로 나왔다. 그는 2와 3분의 1이닝 무실점하고 팀의 개막 10연승 신기록 달성에 힘을 보탰다.

김원형 SSG 감독은 "(잘 던지고도)억울하게 불펜으로 갔는데 한풀이를 한 것 같다"고 웃으며 "태양이가 '본인 같은 선수가 있으면 감독님이 좋아하실 것'이라고 했는데 딱 맞다"고 했다. 이후에도 때로는 한 타자만 상대하고, 때로는 4이닝을 던지는 등 마당쇠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 달부터 이태양은 다시 선발로 나서고 있다. 베테랑 노경은이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강습 타구에 손가락을 맞아 골절상을 입으면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한 달 만에 선발로 나서 5이닝 4안타 2실점했다. 5-2로 앞서던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으나, 불펜진이 점수를 내줘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다. 그러나 엿새 만에 삼성을 상대로 시즌 3승째를 따냈다.

SSG 랜더스 투수 이태양. [사진 SSG 랜더스]

SSG 랜더스 투수 이태양. [사진 SSG 랜더스]

투수들은 대부분 선발을 원한다. 5~6일 간격으로 꼼꼼하게 준비하면서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 시절 선발로 활약하다 구원으로도 던졌던 이태양 역시 선발을 선호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욕심내진 않는다. 이태양은 "선발로 던지는 게 당연히 좋다. 하지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고 싶다. 두 보직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고 웃었다.

이태양은 2010년 한화에 입단해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SSG 이적 후에도 주로 불펜에서 던지다 선발진에 구멍이 나면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선발로 14경기, 구원으로 26경기에 나섰다.

이태양은 "보직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마운드 위에선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 야수들을 편안하게 하고, 공격적으로 던지는 것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이어 "한화 시절 (정)우람이 형이 말해줬는데, '불펜투수는 (언제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안 좋은 컨디션에서도 던져야 한다'고 했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됐고, 예민했던 부분도 사라졌다"고 했다.

팀원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따뜻하다. 이태양은 10일 삼성전 3회 실점 장면을 아쉬워했다. 2사 3루에서 호셀 피렐라가 친 땅볼이 자신을 향했는데, 글러브를 맞고 튀어 내야 안타가 됐다. 앞서 좌익수 오태곤이 잡을 수 있는 공을 놓쳐 내보낸 주자가 홈을 밟았다. 이태양은 "태곤이가 미안하다고 하더라. 내가 그 공을 처리했으면 태곤이가 덜 미안했을 텐데 내가 미안하다"고 했다.

SSG 마무리 김택형은 지난해와 올해 이태양의 승리를 세 번이나 날렸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승리를 지켜냈다. 이태양은 "택형이에게 부담 갖지 말라고 했다. 나도 불펜을 해봤지만 힘들다. 선발은 자기가 책임지면 되지만, 구원투수는 내가 잘못해 역전패하면 충격이 크다"며 후배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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