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서울산업진흥원 대표이사 인터뷰
“웹툰 시장이 지금처럼 커질 줄 상상이나 했겠어요. 미래에 이런 신산업은 또 나옵니다. 누군가는 계속 서울의 미래 산업을 생각하고 마중물을 부어줘야 합니다.”
김현우 서울산업진흥원(SBA) 대표이사는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창업투자·보스톤창업투자(현 우리인베스트먼트)·아시아경제TV(현 팍스경제TV) 대표를 거쳐 지난해 11월 SBA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기업 성장을 위한 투자·해외진출 등 ‘공공최대의 액셀러레이터’가 취임 6개월 차 김 대표가 강조한 SBA 역할이다.
“한국 中企, 아마존·넷플릭스 되도록 지원”
김 대표는 이날 취임 후 가장 눈에 띄는 조직 변화로 ‘미래혁신단’ 신설을 꼽았다. 연 600억 원 규모의 서울시 혁신성장 펀드를 재원으로 벤처캐피털의 펀드에 투자, 승수효과를 통해 혁신기업에 더 큰 투자가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게 미래혁신단의 주된 역할이다. 혁신기업의 디지털 전환(DX) 지원도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아마존과 같은 혁신 기업은 인공지능(AI)을 통해 지역·계절별 특수를 감안해 지점에 특화된 재고관리를 하고 넷플릭스 역시 사용자 개개인에 특화된 알고리즘을 적용해 콘텐트를 제공한다”며 “B2C와 관련된 중소기업의 경우 이 같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실적을 비약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만큼 10여년간 혁신기업에 대한 교육, 솔루션 제공 등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사관학교 통해 일자리 年 6700개 조성”
기업 성장을 위한 인력 미스매칭을 해소하는 것 역시 SBA의 주요 과제다. 4차산업 분야의 경우 인재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외려 부족해서다. 김 대표는 이에 “올해 예산 171억 원을 투자해 기존 2개소인 청년취업사관학교 수를 5개소(마포·용산·강동캠퍼스)로 늘리고 2025년 1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AI·빅데이터·핀테크·클라우드 등 SW 개발분야와 디지털전환(디지털마케팅·퍼블리싱·서비스기획 등) 분야 인재 1500명을 양성, 취업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일자리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BA는 청년취업사관학교 수료생 채용 기업이 지난해 224개 사(社)에서 올해 1000여 개사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하반기부턴 서울 시내 약 6개 대학에서 청취사 예비프로그램을 학점 이수할 수 있도록 편입하는 방안도 각 대학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올해 설정한 SBA의 일자리 창출 규모는 6700명이다.
韓 포지티브 규제, 4차산업 ‘아싸’ 만든다
신기술 사업화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규제 해소’ 역시 김 대표가 꼽은 숙제다. 그는 “올해 CES 2022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A사는 사람의 지문 격인 반려견의 비문(鼻紋)을 스마트폰으로 식별·등록하는 생체인식 기술을 개발했다”며 “그러나 동물보호법상 동물등록은 무선식별장치(마이크로칩)로만 하게 돼 있어 기술 파급이 정체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런 경우 법을 바꿀 수 없다면 기업 손을 잡고 공무원·기관을 일일이 찾아가서라도 설득해 나가겠다”며 “법에서 허용한 기술 외엔 모두 금지하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 하에서 한국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아웃사이더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423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서울창업 허브(공덕·성수·창동·마곡)를 통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 협력을 늘려가겠다”며 “스타트업의 기술·특허·투자유치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타트업 플러스’ 플랫폼을 통해 기업 간 기술거래, 투자자와의 매칭까지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