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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JP모간, 전기차 '리비안' 손절했다...기술주 시대 끝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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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의 자동차 기업 포드가 ‘테슬라 대항마’로 불린 전기차 기업 리비안의 주식 800만 주를 처분한다. 이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매각 소식도 전해지며 일각에서는 기술주 전성시대 종말의 신호탄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은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습. 연합뉴스

미국의 자동차 기업 포드가 ‘테슬라 대항마’로 불린 전기차 기업 리비안의 주식 800만 주를 처분한다. 이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매각 소식도 전해지며 일각에서는 기술주 전성시대 종말의 신호탄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은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습. 연합뉴스

기술주 전성시대가 끝을 향해 가는 것일까.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코로나19 이후 초저금리의 혜택을 누리며 상승세를 만끽했던 빅테크 주가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 비용이 늘어나는 탓에 기업 실적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특히 전기차 기업 리비안에 대한 포드와 JP모건의 '손절(손해를 보고 매도)'은 기술주 전성시대 종말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리비안은 '테슬라 대항마'로 여겨지며 지난해 11월 10일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 78달러이던 리비안 주가는 상장 첫날 30% 폭등하며 102달러까지 치솟았다.

상장 이튿날에는 주가가 120달러를 넘어서며, 시가총액이 1048억 달러(약 123조원)에 이르렀다. 당시 포드(당시 781억 달러)와 제네럴모터스(GM·897억 달러)의 시총을 추월했다. 하지만 179달러까지 치솟으며 승승장구하던 주가는 기술주 급락 분위기 속 지난 6일 28.79달러로 주저앉았다. 고점에서 84% 폭락이다.

주가가 급락하며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리비안은 골칫거리가 됐다.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는 오는 9일을 앞두고 각 기업이 리비안 주식 정리에 나서는 이유다. 8일(현지시각) 미국의 경제매체 CNBC는 완성차 업체 포드가 리비안 주식 800만 주를 골드만삭스를 통해 매각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포드는 리비안 주식 1억2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은행인 JP모건도 리비안 주식 1300만~1500만주를 처분할 계획이라고 CNBC는 보도했다. 리비안 지분 18%를 보유한 아마존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아마존은 지난주에 1분기 실적 발표를 하며 리비안 투자로 76억 달러(약 9조6786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겼다. 아마존이 분기당 실적에서 손실을 낸 건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CNBC는 "아마존이 배송 트럭을 모두 전기차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며 리비안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추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리비안 주식을 손절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주가 급락에 고전하는 기술주 기업은 리비안 만이 아니다. 11년 만에 가입자 감소라는 충격적 성적표를 받아든 넷플릭스 주가는 올해 69.7% 하락했고, 코로나19 시대 홈트레이닝 열풍에 성장주로 주목받은 펠로톤의 주가도 55.4% 내리며 반 토막 났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빅테크 기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메타(-39.81%)와 아마존(-32.65%), 테슬라(-27.85%), 구글(-20.17%), 마이크로소프트(-17.93%) 등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0~40% 떨어졌다. 같은 기간 S&P500(-14%)보다 하락 폭이 크다.

1조6000억 달러의 운영자산 중 상당액을 빅테크에 투자한 인베스코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케빈 홀트는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그동안 시장은 흥청망청 호황을 누렸다"며 "역사적인 저금리 시기에 성장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췄던 투자자 사이에 '잔치는 끝난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밝혔다.

주가 하락 뿐만 아니라 빅테크 기업의 성장 동력이 꺼져간다는 우려도 커진다. 아마존이나 메타 등 빅테크 회사가 신규 채용을 중단하거나 인력 감축 계획을 밝히면서다. 넷플릭스와 로빈후드 등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기업도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기술주 실적 부진이 기업의 근본 경쟁력보다는 대외 악재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재봉쇄 등으로 인해 기술주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단 시각이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블랭키샤인자산운용의 로버트 샤인 CIO는 "이번 (주가) 조정이 단순히 금리로 인한 일시적 충격인지, 기업의 성장세가 아예 멈춘 건지 등을 구분해야 한다"며 “재무 상태가 튼튼한 기존 기술주에 주로 집중하고, 실적이 별로 없는 신생 스타트업은 투자 뒷순위로 미뤄둘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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