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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 생생한 팬데믹 기록, 예술이 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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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7호 18면

코로나 속 창작 활동

집밖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니 코로나19도 종착역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사실 코로나19의 시발점에서 우리에게 바이러스의 공포를 감각적으로 깨우쳐준 건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컨테이젼’(2011)이었다. 지난 2년 반 동안 영화는 고스란히 현실이 됐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의 일상을 바꾸고,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고,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코로나19, 예술로 기록’을 통해 약 1000편의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무명 예술가들이 팬데믹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코로나19, 예술로 기록’을 통해 약 1000편의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무명 예술가들이 팬데믹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위기 상황에서 예술은 배부른 사치로 여겨지며 뒷전으로 밀렸고, 관객을 모아야 하는 예술가들은 괜시리 죄인 취급을 받았다. 이제 다시 예술가들의 시간이 왔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한 세상과 우리의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킬 때가 온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코로나19, 예술로 기록’을 통해 약 1000편의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무명 예술가들이 팬데믹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코로나19, 예술로 기록’을 통해 약 1000편의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무명 예술가들이 팬데믹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코로나19, 예술로 기록’ 사업을 벌인 이유다. 코로나19가 초래한 모든 시시콜콜한 상황을 예술가들의 창의적 시선과 다양한 표현양식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도록 문학·시각예술·공연예술 분야에 걸쳐 총 45억원을 지원했다. 이례적으로 수급자 정산 과정을 생략해 문턱을 낮췄고, 지난해 9~10월 진행한 공모에 지원사업 사상 최다인 총 3228건이 응모해 최종 976건이 선정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코로나19, 예술로 기록’을 통해 약 1000편의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무명 예술가들이 팬데믹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코로나19, 예술로 기록’을 통해 약 1000편의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무명 예술가들이 팬데믹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작품은 가정과 여가 등 일상의 모습을 그린 유형이 18.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방역과 의료를 주제로 한 유형이 15.2%로 뒤를 이었다. 선정 작가는 수도권 출신에 편중되지 않도록 배려해 비수도권 작가들이 40.3%를 차지했고, 20대부터 70대까지 골고루 안배해 폭넓은 연령대의 목소리를 담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코로나19, 예술로 기록’을 통해 약 1000편의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무명 예술가들이 팬데믹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코로나19, 예술로 기록’을 통해 약 1000편의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무명 예술가들이 팬데믹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극단 ‘어니스트 씨어터’를 운영하는 공연연출가 오광욱씨는 ‘공연 제작의 변화, 연극 존망의 갈림길’이라는 기록물을 내놨다. 그에게 코로나19는 ‘전복’이었다. “연극을 왜 해야 하는가, 공연이라는 것이 왜 있어야 되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국에 방역지침 아래서 연극을 제작하며 부딪쳐야 했던 디테일한 문제들과 그 해법에 관한 고민을 후대를 위해 또박또박 기록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코로나19, 예술로 기록’을 통해 약 1000편의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무명 예술가들이 팬데믹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코로나19, 예술로 기록’을 통해 약 1000편의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무명 예술가들이 팬데믹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타악 연주자 정다휘씨는 자신의 밴드 ‘쌍화차 온더락’이 팬데믹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담은 다큐멘터리 ‘쌍화차 온더 코로나’를 제작했다. 공연 기회가 줄고 경제적인 타격이 있었지만, 제한된 상황에 맞춰 녹음을 하고 앨범을 제작하는 적응의 과정을 유쾌한 생존 스토리로 풀어냈다.

국악그룹 ‘팀 M&M’은 메타버스 체험을 극화한 음악영화 ‘메타소리꾼 Bang’을 내놨다. 코로나19로 공연을 못하게 됐지만 메타버스에서 활로를 찾은 경험을 실사와 3D그래픽을 오가며 재치있게 살렸다. 코로나19를 ‘삶의 전환점’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은 “이번 사업을 통해 메타버스를 본격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예술인 모두에게 열려 있는 사업이라 지금까지 경험한 지원사업 중 베스트였고, 힘든 시기에 단비와 같았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재즈 뮤지션이자 작가인 레일라는 “코로나19는 예술인들의 취약함을 수면 위로 드러낸 폭풍우였다”고 표현했다. 그는 ‘연대하는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으자’는 생각으로 글을 쓰던 중 지원사업을 만났고,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을 쉬게 된 재즈 뮤지션들과의 대화를 르포 인터뷰 형식으로 기록했다. 그는 “멈춰있던 작품 활동이나 기획의 시동을 걸게 해준 사업이었다. 주제만 있다면 그 어떤 제약도 없이 마음껏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기에 예술가들이 존중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박종관 위원장

박종관 위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은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르게 예술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면서 “문화선진국 독일 등에서는 예술이 사회에 건강함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예술인에게 조건 없는 지원을 한다. 사회적 제도가 부족한 우리는 이번 사업을 통해 파격적인 지원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엔 전문 심사위원들의 평가로 걸러진 50편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대국민 투표를 진행해 ‘대국민 감동 프로젝트 TOP11’을 선정했다. 코로나 시국에 소외된 요양시설 환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각인각색 팀의 창작판소리 동화 ‘빛바랜 사진’, 구급대원이 바라본 코로나19 시대의 응급실 모습을 표현한 고경자 작가의 ‘코로나, 꺼지지 않는 불꽃’, 백신 예약에서 접종까지 과정을 실감 나게 그려낸 박형숙 작가의 르포 ‘백신 접종 그 현장을 기록하다’, 다문화가정의 시선으로 대한민국의 코로나19 상황을 바라본 이은아 작가의 ‘지영’ 등, 전국 각지의 무명 예술인들이 몸소 경험한 생생한 현실을 꾸역꾸역 담았다.

기록에 의의를 둔 사업인 만큼 결과물의 예술적 완성도를 논하긴 어렵다. 하지만 향후의 예술가 지원사업이 결과 중심에서 벗어나 창작 활동의 과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할만하다. 박종관 위원장은 “기록과 저장이라는 측면에서 예술은 항상 필사적으로 현실을 기록한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땀을 흠뻑 뒤집어쓴 의료진 사진 한 장이 감동을 선사한다. 그것이 이번 사업이 가진 근본적 가치관이다. 훗날 코로나19 극복의 기록을 찾아볼 때 지금 남겨진 약 1000개의 결과물들이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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