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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클럽 나와 돌연사 알고보니…檢 작년 마약 압수 6배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대 남성 A씨는 지난 5일 오전 4시께 광주 북구의 한 도로 위 승용차 안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함께 차를 타고 있던 지인의 신고로 A씨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앞서 A씨는 한 클럽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도중 소란을 피웠으며, 혈액검사 결과 마약류를 포함한 다수의 향정신성 약물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검찰의 마약류 압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검찰이 압수한 필로폰. 자료 대검찰청

지난해 검찰의 마약류 압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검찰이 압수한 필로폰. 자료 대검찰청

압수량 2018년부터 감소세 보이다 지난해 폭증

지난해 검찰의 마약류 압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6일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전체 압수량은 역대 최대인 1295.7㎏을 기록했다. 2017년 154.6㎏, 2018년 414.6㎏, 2019년 362㎏, 2020년 320.9㎏으로 2018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4배 넘게 늘어났다. 필로폰과 코카인 등 주요 마약류로 통계를 좁혀 보면 증가세는 더 크다. 지난해 필로폰 등의 압수량은 1179㎏으로 1년 전(190㎏) 보다 6배 이상 불었다.

검찰은 마약류 압수량을 대표적인 마약류 유행 지표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마약류가 급격하게 퍼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 부작용으로 적발 범인 수는 되레 10% 넘게 감소

그런데 붙잡힌 범인 수는 되레 줄었다. 검찰은 “지난해 마약류 사범을 1만 6153명 적발했는데, 이는 전년(1만 8050명) 대비 10.5% 감소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검거한 범인 수가 줄었는데도 마약류 압수량이 크게 늘었다는 건 범인 1인당 압수량이 더 많아졌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해 초부터 시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의 여파도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검찰은 가액 500만원 이상의 마약류 밀수 및 밀수 목적 소유·소지 범행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게 한 게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다.

검찰은 “밀수 사범 검거 시 신속히 유통망을 추적하여 판매·중개상을 일망타진할 필요가 있는데, 검찰이 수사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해 경찰에 수사 요청을 할 경우 시간이 지체돼 범인들이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할 우려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이 밀수범뿐만 아니라 유통 사범에 대해서도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밀수범 수사의 경우에도 ‘가액 500만원 이상’이라는 제한 조건도 없애야 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현재 검찰은 6대 범죄에 한정해 직접수사를 할 수 있고, 4개월 후에는 새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에 따라 2대 범죄(부패·경제)에 대해서만 직접수사가 가능하다. 마약류 범죄는 경제범죄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검찰은 현재뿐만 아니라 4개월 후에도 가액 500만원 이상 마약류 밀수 사범 등을 직접 수사할 수 있다. 향후 추가 입법을 통해 독소조항을 정비해야 한다고 검찰은 강조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에선 앞으로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통해 검찰의 남은 2대 범죄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마약류 범죄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겨줘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사권 이관 과정에서 마약류 범죄 수사의 공백은 더 커질 것이라고 검찰은 경고한다. 한 검찰 간부는 “30년 넘게 검찰이 쌓아온 국제 공조 수사 시스템 등이 일시적으로라도 작동을 하지 않으면 마약류 범죄는 더욱 빠르게 퍼질 것”이라며 “마약 범죄는 한 번 확산하면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부산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 대규모 마약류 밀수사건 전담팀이 지난 3월 압수한 필로폰. 연합뉴스

부산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 대규모 마약류 밀수사건 전담팀이 지난 3월 압수한 필로폰. 연합뉴스

법조계 “한국에도 마약 투약자 모은 관리 지역 생길 수도”

대안으로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보존 ▶중대범죄수사청에 이관하더라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정착 시까지 검찰의 수사권 보존 ▶중대범죄수사청에 이관할 경우 검찰의 수사 지휘권 부활 등이 거론된다.

한 ‘마약통’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일부 해외 주요 국가에선 시중에 마약이 흔해져 마약 투약자들을 모아 놓은 지역이 따로 있고 국가가 소독된 주사기를 보급하며 관리하는 게 현실”이라며 “제도 보완이 되지 않으면 한국도 비슷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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