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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 유물 비닐하우스 방치한채…레고랜드 11년만에 개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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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인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레고랜드)가 100번째 어린이날인 5일 정식 개장했다. 박진호 기자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인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레고랜드)가 100번째 어린이날인 5일 정식 개장했다. 박진호 기자

기공식 3번, 준공 시기 7차례 연기

불법 개장 논란에 휩싸인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인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레고랜드)가 100번째 어린이날인 5일 정식 개장했다. 사업 부지에서 1400여기의 청동기시대 유구가 출토되는 등 기공식 3번과 준공 시기를 7차례 연기하는 등 개장까지 11년이 걸렸다.

레고랜드는 이날 오전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파크 정문 앞에서 개장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개장 첫날이라 새벽부터 레고랜드 주변으로 입장객이 몰리면서 긴 줄이 형성됐고, 개장 첫날 이용권은 매진됐다. 필 로일 사장은 “레고랜드 코리아는 어린이와 그 가족들을 위한 곳으로, 어린이날 개장하게 돼 더욱 뜻깊다”며 “개장 첫 날 찾아주신 모든 분들이 잊지 못할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불법 개장 논란은 개장식에서도 빚어졌다. ‘혈세낭비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이날 레고랜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레고랜드 개장 철회를 촉구했다.

시민단체, 레고랜드 개장 철회 촉구 

‘혈세낭비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는 5일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레고랜드 개장 철회를 촉구했다. 박진호 기자

‘혈세낭비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는 5일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레고랜드 개장 철회를 촉구했다. 박진호 기자

이들은 “중도개발공사가 2017년 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에 제시한 심의안에는 ‘집단 지석묘의 이전복원’, ‘선사 유적공원의 조성’, ‘문화재 보존지역 내 유물전시관 조성’ 등이 명시돼 있다”며 “하지만 강원도와 중도개발공사는 허가사항을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레고랜드 개장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오동철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사무국장은 “명백한 문화재법 위반이며 허가사항이 충족되는 않은 상황에서 개장을 강행한 것은 허가사항의 원인무효”라며 “준공 허가의 권한을 가진 춘천시가 원인무효에 해당하는 사업의 준공을 해준 것은 직권남용이며 이를 방기한 문화재청은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고랜드는 춘천시 의암호 가운데 자리 잡은 하중도 섬에 28만㎡ 규모로 들어섰다. 놀이시설이 있는 ‘파크’와 숙박시설인 ‘호텔’로 나뉘어 조성됐다. 파크는 브릭 스트리트·브릭토피아·레고 캐슬·레고 시티·레고 닌자고 월드·해적의 바다·미니랜드 등 7개 테마 구역에 놀이기구 40여개가 있다. 레고를 테마로 한 호텔은 객실 150여개 규모다.

5일 개장 레고랜드 40여개 놀이기구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인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레고랜드)가 100번째 어린이날인 5일 정식 개장했다. 박진호 기자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인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레고랜드)가 100번째 어린이날인 5일 정식 개장했다. 박진호 기자

레고랜드는 이날 정식 개장까지 11년이 걸렸다. 앞서 강원도는 2011년 9월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그룹과 5683억원을 투자해 레고랜드를 짓기로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사업 부지에서 1400여기의 청동기 시대 유구가 발견된 데다 사업 시행자의 자금 부족문제 등으로 사업이 지연됐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건설 조건으로 박물관과 유적공원을 만들어 출토 유물을 보존하겠다고 했는데 이 사업들이 착공조차 못하면서 불법 개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현재 레고랜드 인근 하중도엔 여러 동의 비닐하우스가 2m 높이 펜스에 둘러싸여 있다. 이곳엔 2000~3000년 전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기 고인돌(지석묘)과 고구려시대 돌덧널무덤(석곽묘·고대 상류계층의 무덤) 등에서 나온 유물이 방치되고 있다.

레고랜드 인근 비닐하우스엔 청동기 유물 방치 

‘혈세낭비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는 5일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레고랜드 개장 철회를 촉구했다. 박진호 기자

‘혈세낭비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는 5일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레고랜드 개장 철회를 촉구했다. 박진호 기자

레고랜드가 건설된 터에 있던 유물들은 공사 후인 2013년부터 2017년 사이에 현재의 비닐하우스로 옮겨졌다. 현재 중도개발공사가 280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유적 관련 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한편 춘천 레고랜드는 1968년 덴마크 빌룬드를 시작으로 영국 윈저, 독일 군츠부르크, 미국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일본 나고야, 뉴욕에 이어 세계 10번째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연간 200만 명의 방문객이 찾으면서 경제적 효과는 5900억 원, 직간접 고용 효과는 8900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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