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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해서 이 자리 왔다" 청문회 선 정호영…관련 의혹 모두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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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을 가슴 깊이 느낀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3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 및 병역 의혹을 부인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제기된 의혹들과 관련해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차 밝혔다.

정호영 "국민 눈높이, 잘못된 사실에 기인" #'조민 입학취소' 입장 요구에 "저와 관계없어"

정호영 "의혹들 근거 없어 떳떳…도덕적·윤리적 문제 될 것 없어"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는 본인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가장 논란이 된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관련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아빠 찬스를 절대로 쓸 수 없는 구조"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정 후보자는 "아이들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부끄러워 (편입 지원 사실을) 다른 교수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다"며 "나중에 증인들께 물어보시면 저희(경북대 의대) 구조 자체가 아빠 찬스를 절대로 쓸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 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각각 2016년(2017학년도 전형), 2017년(2018학년도 전형) 경북대 의대 편입 전형에 합격했다. 당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부원장, 원장으로 재직 중이었고, 정 후보자와 논문 공저자 등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교수들이 면접에서 후보자 자녀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는 의혹도 나온 바 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음에도 자녀들이 경북대 의대 편입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 정 후보자는 "성인이 된 자녀 본인들의 선택을 아버지로서 간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아버지가 근무하는 학교에 자녀들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사회적 규범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고민스럽다"며 "(관련 의혹들은) 전부 근거가 없다고 떳떳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정 후보자는 연신 '떳떳하다' '씌워진 의혹'이라 언급하며 자진 사퇴 의사는 없다고 못 박았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서 63건이나 되는 저에 대해서 씌워졌던 의혹에 대해서 세세히 밝혔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잘못된 사실에 기인해 국민의 눈높이가 맞춰진 것이 아닌가 한다"며 "국민의 눈높이를 제가 좀 바로 말씀드릴 기회를 가지고자 이 자리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나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각종 의혹에도 장관 자리를 고수하는 이유를 밝혔다.

'개인정보'라며 거부하던 아들 MRI 자료 결국 제출

3일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 후보자가 제출한 아들의 MRI 자료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3일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 후보자가 제출한 아들의 MRI 자료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자료 제출과 관련된 질타도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회 시작부터 정 후보자가 아들·딸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관련 서류, 아들 병역 관련 신체검사 당시 MRI 영상 자료 등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는 (국회에) 중요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해명 자료만 60건 안팎으로 내고 있다"며 "이것만으로도 사퇴 각"이라고 비판했다. "오늘 오전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위원회 차원에서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고발해주시기를 위원장에 요청한다"며 고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이날 오후, 아들의 MRI 영상 자료를 CD 2장의 형태로 인사청문위원들에게 제출했다. 앞서 인사청문위원들이 아들의 병역 의혹 관련 MRI 영상 기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해 왔지만, 정 후보자는 "MRI는 신체 내부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료정보"라며 MRI 영상이 일반에 공개·유포되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해 왔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회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회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경북대 직원에게 자료를 주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정 후보자가 경북대 직원에게 자료를 주지 말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하자, 정 후보자는 "저는 경북대 직원에게 주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 그 부분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반박했다.

그 밖에 정 후보자는 윤석열 당선인과 '40년 지기'라는 주장에 대해 "잘못된 말"이라며 "(당선인이) 대구에 발령받고 와서 1년에 한 두어 번 만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를 두고는 "지나간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하기가 곤란하다"며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 후보자는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 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를 하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조민 씨의 부산 의전원 입학 취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신 의원의 질의에 "저와 관계없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신 의원은 재차 "조씨가 의대 입학과 의사 면허 취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서 견해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정 후보자는 "저와 관계없는 부분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제가 답변드릴만한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절차상의 문제이지 장관과는 관계없다"며 계속 대답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는 신 의원에 앞서 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조국 사태'를 언급했을 때도 "제가 다른 분과 왜 비교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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