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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통과날…"검경 책임수사" 최상위 과제로 올린 인수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처리한 당일 윤석열 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인수위원회가 ‘검경 각자 수사책임제’를 4번째 국정과제로 발표했다.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 이행 사안이긴 하지만 내용상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다. 또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청 예산 독립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검찰 독립성 보장이라는 명분이지만, 이를 검찰 권력의 강화로 받아들이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돼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110대 국정과제 중 4번째… 검수완박에 '검찰정책' 맨끝→최상위 과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3일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검찰 관련 사법개혁을 4번째 과제로 넣었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냈던 공약집에선 사법개혁 분야가 가장 마지막 순서였다. 이 같은 변화는 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 정국을 거치며 윤 정부에서 검찰 조직이 갖는 상징성이 커진 탓이다.

국정과제를 뜯어보면, 검수완박에 비판적인 윤 정부의 시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국정과제 목표를 “새로운 형사법령 시행으로 검‧경 수사지연, 부실수사 등 국민불편 해소”라고 명시했다.  ‘새로운 형사법령’은 기존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이번에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을 의미한다. 검수완박 탓에 검찰과 경찰이 같은 사건이라도 범죄 혐의 종류별로 사건을 쪼개야 하고, 사건을 처리하는 시간도 늦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인수위는 “경찰은 경찰 수사단계를, 검찰은 검찰 수사단계를 각각 책임지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검‧경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검수완박 이후에도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에 대해 피해자, 고소인의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하는 대신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는 사건이 늘어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을 내렸는데 피해자가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한 경우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청한다. 이게 안 받아들여지면, 직접 수사가 제한된 범죄라도 국민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검사가 수사해) 소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현재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6대 범죄 중 부패, 경제 범죄를 제외하고, 나머지 4대 범죄 수사권을 경찰로 넘긴 검수완박 법안과는 정반대 입장이다.

지난 2월 14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사법개혁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월 14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사법개혁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부분 법 개정 사안… 민주당 동의해야 가능

이밖에 국정과제로는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사건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독립 예산편성 ▶공수처 정상화 등 부패대응 공백 방지 등이 포함됐다. 모두 국회에서 개정안을 내고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입법 사안이다. 특히 인수위는 그간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우선 수사권을 규정한 ‘공수처법 제24조’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정부의 검찰개혁의 상징 같은 존재인 공수처 권한을 줄이는 것에 민주당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당장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인수위 내부 논의 과정에서도 공수처 개혁 작업을 어떻게 할지가 가장 고민이었다고 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 독립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분이 있다”며 “공수처와 관련해선 민주당이 어떠한 것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새 정부 입장에서도 별다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우선 공약 이행 차원에서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향후 여론 추이를 보며 공수처 개혁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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