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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검수완박 공포 앞두고...권순범 고검장 첫 사직 "역사심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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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권순범(53·25기) 대구고검장이 사직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리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을 두고 여야가 동의했을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 전국 6명의 고검장이 모두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김 총장의 사직서만 청와대에 보냈고 문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권 고검장은 이에 검수완박 국회 통과에 항의하는 사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처음으로 물러난 것이다. 권 고검장 이후 고검장들의 사직이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검찰은 수뇌부 공백 사태를 막고 조직 내부를 추스르기 위해 집단 사직을 만류하며 향후 대응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권순범 대구고검장이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대구·부산·광주 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순범 대구고검장이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대구·부산·광주 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이프로스)에 "문제의 법안들이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며 "고위간부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부당한 입법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왔지만 오늘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기에 사직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권 고검장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공포만을 남겨놓은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중 독소조항에 대해서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공직범죄와 선거범죄를 검찰에서 수사개시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검찰의 권한을 줄인다더니 뜬금없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박탈했다"며 "권력이 집중되는 거대 경찰을 통제할 고민도 없었고 수사권 조정 이후 심각해진 경찰수사 지체와 그로 인한 국민 고통 역시 안중에 없었다"고 썼다.

권 고검장은 "(검수완박) 입법절차의 위헌성과 부당성은 언급할 가치도 없으며 대한민국의 국격과 인권이 후퇴하는 현실이 참담할 뿐"이라며 검수완박 입법 과정의 위헌·위법성을 문제삼은 뒤 "역사의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며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어 그는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검찰 개혁은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고 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라며 "독선과 불통으로 얼룩진 입법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매사에 스스로를 돌봐야 하겠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전국 지검장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전국 지검장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검사장회의는 검찰 고위 간부들이 전원 물러나게 되면서 초유의 지휘부 공백 사태에 벌어지게 될 것을 우려해 당장 사표를 제출하는 대신 조직을 다독인다는 방침이다. 전국검사장회의 대변인 역할을 맡아온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에 "검사장들이 어제부터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응방안을 논의했다"며 "전국 검사장들은 모든 가능성을 여러놓고 새로운 제도의 영향 하에 놓여 있는 국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찾아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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