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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걱세의 별별시각

대한민국 교육, “뭣이 중헌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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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수능 개편안 빠진 정시확대 공약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후보의 대입 정시 확대 공약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수능 개편안 빠진 정시확대 공약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후보의 대입 정시 확대 공약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목전에 둔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안녕하지 못하다. 최근 교육 관련 이슈를 보면 정말이지 영화 '곡성'에 나오는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라는 대사가 절로 나온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중 ‘AI교육’만 반복했고, 당선 후 인수위원회는 과학기술인재 양성만 외친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일성으로 자사고 유지와 대입 정시 확대를 내놓았다. 대한민국 교육이 직면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윤석열 정부는 초저출산과 슈퍼불평등 국가라는 오명을 떠안고 출발한다. 교육은 어떠한가. 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명으로 100만명이 넘었던 산업화 시대의 4분의 1이 되었다. 그런데 교육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와 똑같이 지식암기식 문제풀이와 과도한 성적 줄세우기로 소수를 선발하고 다수의 아이들을 탈락의 자리로 내몰고 있다. 새 정부는 당연히 경쟁교육의 고통을 해소하면서 금쪽같은 아이 한 명 한 명의 재능과 소질을 키워주는 맞춤형 교육으로 가는 설계도와 시공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간 상대평가로 대변되는 줄세우기 교육, 고교와 대입에 종속돼 개인의 성취보다 입시 변별력만 강조해온 교육의 변화가 시급하다. 그런데 당선인의 교육정책은 정반대다. 초·중·고에서 ‘성적 줄세우기 교육’으로 비판받았던 학력 수준 전수조사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초·중학생까지 입시경쟁으로 내몰았던 고교서열화 해소 정책에 반대 입장을 냈다. 성장 중심의 평가방식인 고교내신 절대평가 전환에도 반대한다.

이러니 학교책임교육 강화를 통한 공교육 만족도 끌어올리기라는 국민의 바람은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 ‘AI교육’만 되풀이하면서 책임교육에 필요한 개인별 맞춤형 지원, 학급당 인원수 적정화 및 과밀학급 문제 해결, 교원의 전문성 신장 등의 정책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입 경쟁은 더 심해질 거로 보인다. 대입경쟁의 근본 원인은 대학서열에 따른 임금격차에 있다. 그런데 윤 당선인은 대학서열을 문제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대선 기간 중 "대학서열은 강요가 아닌 우리 사회문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결여된 답변을 내놓았을 뿐 아니라 관련 정책도 없기 때문이다. 공정성 강화를 외치며 내놓은 대입 정시 확대도 잘못된 해법이다. 정시와 수시 모두 고소득층과 기득권층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데 정시 비율을 늘린다고 공정한 결과가 나타나겠는가.

그렇다면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경쟁교육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할까. 우선 학교책임교육 강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한 아이도 소외시켜서는 안 되는 초저출산 시대에 학교교육의 책임은 너무나 중요하다. 배움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하고 국민의 만족할 수 있도록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다음으로 대학서열 해소를 위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 대학생 10명 중 8명이 고교 시절을 ‘사활을 건 전쟁터’로 인식할 정도로 학벌을 얻기 위한 경쟁은 과도하다. 이로 인한 학습경쟁 고통이 ‘우울・자해・자살’의 청소년을 양산하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입시경쟁 완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정의로운 대입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간 과도한 경쟁교육의 주요 원인이었던 고교서열화 해소 정책은 새 정부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

대학입시도 정시 확대가 아닌 공정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수시와 정시 모두 고소득층과 기득권층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교육불평등의 원인을 정밀 진단하고 이를 통해 정책을 설계하고 목표 달성치 보고를 의무화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교육, 뭣이 중헌디?”라는 국민의 질문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