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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덜 쓰는 청소기, 밤에 눈부심 덜한 냉장고…필수된 인간공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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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무선청소기를 사용할 때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편함은 무엇일까. LG전자가 코드제로 A9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청소 성능이 아니라 ‘먼지 비우기’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먼지통 분리 및 비우기→남은 먼지 제거→먼지통 결합→충전대 거치 및 충전 등 6단계로 이어지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LG 코드제로 A9 S올인원타워’ [사진 각 업체]

‘LG 코드제로 A9 S올인원타워’ [사진 각 업체]

이런 불편함을 한 번에 해결한 제품이 LG전자가 지난해 선보인 ‘올인원타워’다. 스틱청소기를 타워에 걸어두고 버튼만 누르면 ‘먼지통 비우기→충전’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계가 ‘고객경험’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코드제로A9 타워 같이 제품을 개발·설계하는 단계부터 인간공학을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간공학은 사람의 행동·능력·특성 등을 제품과 서비스 개선에 적용하는 학문이다.

LG그룹은 지난달 28~29일 대한인간공학회·한국감성과학회와 공동으로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고 2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인간 중심의 디자인, 인공지능(AI)·메타버스와 고객경험 등이 주로 논의됐다.

코드제로A9 타워는 인간공학적 요소를 적용한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우선 먼지 비움과 충전, 청소도구 수납 기능을 동시에 갖춰 편의성이 개선됐다. 타워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인간공학도 접목됐다. 유병도 LG전자 책임은 “올인원타워를 이용해 먼지를 비우면 기존 청소기와 비교해 근육 사용량이 81%, 허리 굽힘 정도가 85%가량 줄어든다”며 “개발부터 출시까지 3년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야간 사용시 눈부심을 최소화한 LG전자의 냉장고. [사진 각 업체]

야간 사용시 눈부심을 최소화한 LG전자의 냉장고. [사진 각 업체]

인간공학은 냉장고와도 만났다. 한밤중에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생기는 눈부심 현상을 줄이기 위해 조명 기준을 새로 정한 것이다. 사람의 눈은 조도(照度·단위 면적당 빛의 양)를 1%씩 바꿔가며 최소 7%포인트를 조정했을 때 밝기 변화를 감지한다는 것을 알아내, 이를 냉장고 내부 조명에 적용했다.

개인용 디스플레이 이용이 늘면서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사용자의 자세와 눈높이를 인식하는 AI 카메라가 핵심 역할을 한다. 모니터에 달린 AI 카메라가 자동으로 사용자의 위치와 각도를 조절해 목 피로도 등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커 [사진 각 업체]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커 [사진 각 업체]

삼성전자는 아예 조직 체계를 뜯어고쳤다. 그동안 냉장고·세탁기 등을 만드는 생활가전사업부 산하에 ‘인간공학실험실’을 운영했지만, 최근 각 부서로 전문 인력을 분산 배치했다. 사업부마다 인간공학적 설계를 ‘필수화’한 것이다. 이 회사가 선보인 무선청소기 ‘비스포크 제트’와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봇 AI’, 멀티 조리기기 ‘비스포크 큐커’ 등에 최신 인간공학이 적용됐다. 가령 비스포크 제트는 무게 중심과 손잡이 각도, 먼지통·배터리 위치를 바꿔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비스포크 큐커는 4가지 요리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멀티쿡 기능’을 갖췄다.

로지텍 리프트 [사진 각 업체]

로지텍 리프트 [사진 각 업체]

인간공학적 설계로 ‘명품’ 지위를 얻기도 한다. 허먼 밀러의 사무용 의자는 허리와 목 통증을 줄여주는 특수 설계로 ‘의자업계의 샤넬’로 불린다. 스위스의 컴퓨터 주변기기 업체인 로지텍은 손목의 피로감을 줄인 수직 각도의 버티컬 마우스로 유명하다. 최근엔 동양인의 손 크기를 고려한 ‘리프트’를 국내에 출시했다.

허먼 밀러의 사무용 의자. [사진 각 업체]

허먼 밀러의 사무용 의자. [사진 각 업체]

김상호 금오공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가전 분야에서 인간공학은 사용 과정의 불편함을 극복하는 인터페이스 개선에 집중해 왔다”며 “최근엔 사용자 개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제품 콘셉트를 혁신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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