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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도박사이트 근무 의혹…오늘 박진 청문회, 핵심 쟁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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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정상회담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가장 주목 받는 각료인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2일 국회에서 열린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해 가족 관련 의혹을 해명하고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다양한 외교 과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8일 오전 하늘색 와이셔츠에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사진 박진 의원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8일 오전 하늘색 와이셔츠에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사진 박진 의원실]

장남 도박사이트 운영 의혹

지금까지 불거진 박 후보자 신상 관련 가장 큰 논란은 장남 박찬 씨(39)의 해외 도박 사이트 운영사 근무 경력이다. 박 씨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카이스트 동문들과 함께 캐나다 소재 엔서스(NSUS) 그룹에서 일하다가 최근 퇴사했다. 이 회사는 계열사를 통해 국내에선 접속이 막힌 도박 사이트 '지지포커'를 운영하는 등 온라인 도박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박 후보자의 아들도 이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박 후보자는 "엔서스 그룹은 게임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 관리 업무를 하는 합법 기업"이라는 입장이다. "아들 박 씨는 전산 시스템을 담당하는 기술자였고, 회사 사업 영역이나 지배 관계에 관여한 적 없다"는 것이다.

다만 박 씨가 한때 회사 설립자로 이름을 올렸고, 주요 서류에도 자필 서명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며 논란은 이어졌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 측은 "2018년 8월 그룹 설립 과정에서 박 씨가 설립자로 등재된 건 회사 측의 실수로, 추후 정정됐다"고 반박했다. 증자 관련 서류에 서명한 것도 "단순 증인으로 형식상 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논란 초기부터 "아들은 일개 직원이었을 뿐"이라는 해명을 반복하며 해당 회사와 최대한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청문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박 후보자는 1일 배우자 조모 씨가 지난 1997년 위장 전입(주민등록법 위반)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공개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실의 관련 지적에 대한 답변에서 "장녀가 서울 여의도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배우자 주소를 일시적으로 변경했다"며 "공직 후보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외교부의 박진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 준비단이 박 후보자 아들 박찬 씨가 엔서스그룹 임원으로 등재됐던 건 회사 측 오류였다며 공개한 서류. 준비단이 엔서스 그룹을 통해 받은 공식 성명에는 "박 찬을 임원(director)로 등재한 건 운영 상 오류였으며 2018년 8월 정정됐다"고 돼있다. 외교부.

지난달 27일 외교부의 박진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 준비단이 박 후보자 아들 박찬 씨가 엔서스그룹 임원으로 등재됐던 건 회사 측 오류였다며 공개한 서류. 준비단이 엔서스 그룹을 통해 받은 공식 성명에는 "박 찬을 임원(director)로 등재한 건 운영 상 오류였으며 2018년 8월 정정됐다"고 돼있다. 외교부.

文 정부 외교에 쓴 소리

박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문재인 정부 외교ㆍ안보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장관 취임시 현 정부 정책 기조에서 방향 전환이 예상된다.

우선 대중 외교와 관련해 "우리의 주권, 정체성, 주요 국익이 걸린 사안에서는 단호하게 입장을 밝히고 지키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관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이 현 정부의 대중 외교를 "굴종적"이라고 비판해온 근거를 묻는 이용선 민주당 의원의 서면 질의에 답하면서다. 박 후보자는 차기 정부에서 "한ㆍ중 정상 간 고위급 교환 방문을 실현하고, 고위급 전략적 소통을 활성화하겠다"고도 밝혔다.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한계를 드러냈다",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다",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국제사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등 입장을 밝혔다.

조직 개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김영주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외교부의 통상 교섭 기능이 부재하면 전반적 외교 역량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며 "경제 통상과 외교·안보를 동시에 검토할 일원화된 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서 같은 날 김 의원실에 제출했다 철회한 답변 초안에선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 있는)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해 경제안보ㆍ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ㆍ미 정책협의단 단장을 맡았던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윤석열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하는 모습. 한ㆍ미 정책협의단.

한ㆍ미 정책협의단 단장을 맡았던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윤석열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하는 모습. 한ㆍ미 정책협의단.

회담 등판 가능할까

박 후보자의 국회 인준 '속도'가 특히 주목되는 건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ㆍ미 정상회담 준비에 외교부 장관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4선 의원인 박 후보자 인준을 놓고 아직 여야 견해 차가 큰 편은 아니다. 인준이 제때 마무리된다면 역대 정권 중 최단 기간 내 열리는 한ㆍ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초고속 등판할 수 있다. 다만 장관 제청권을 가진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이 차질을 빚으면 박 후보자를 비롯한 장관 후보자 임명도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박 후보자는 지난달 3일(현지시간)부터 7박 8일 일정으로 한ㆍ미 정책협의단을 이끌고 미국을 찾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차기 정부 외교 정책 관련 논의를 했다.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의제 상당 부분을 사실상 '사전 학습'했다는 뜻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난 모습. 박진 국민의힘 의원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난 모습. 박진 국민의힘 의원실.

실제 그는 '방미 시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의 4개국 안보 협의체) 참여 요청을 받았느냐'는 김영주 의원의 서면 질의에 "쿼드와의 협력 등을 통한 인도태평양 지역 공조에 대해 미국 측과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답혔다. "미국으로부터 쿼드 참여 요청을 받은 적 없다"며 선을 긋던 현 정부 입장과 미묘하게 달라졌단 평가다.

한편 지난달 20일 후보자 신분으로 방한 중인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공개 면담을 한 게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 박 후보자는 "외교 장관 후보자로서 공식 접견한 것이 아니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서 비공식적 만남을 가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날 면담은 의원실이 아닌 서울 종로구의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 사무실에서 이뤄졌고, 차기 정부 한ㆍ미 정상회담 등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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