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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해 키워드 30] <주식 시장> 뉴욕거래소, 나스닥 이은 세계 3위 증권시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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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최대 증권시장은 어디였을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이 1·2위를 석권했다. 3위는 상하이증권거래소로 유럽연합(EU)의 유로넥스트와 일본증권거래소를 제쳤다. 6·7위도 중국의 홍콩거래소와 선전(深圳)거래소가 차지했다. 한때 대영제국의 상징이었던 런던증권거래소가 8위, 인도 뭄바이의 봄베이증권거래소와 국립증권거래소가 9·10위였다.

거래소 수로는 중국이 10위 안에 3곳으로 최다다. 물론 시가총액을 보면 NYSE 26.64조 달러, 나스닥 23.46조 달러로 상하이거래소 7.63조 달러와 차이가 크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회주의 국가에다 개발도상국이었던 나라가 쟁쟁한 자본주의 금융선진국들을 제치고 저런 위상에 도달한 점은 괄목상대할 일이다.

원래 상하이는 20세기 초반 ‘아시아의 뉴욕’으로 불릴 정도의 금융 도시였다. 외국 기업들이 상장된 상하이주식중개인협회가 1891년에 개설됐고 중국인이 중국 기업 주식을 거래하는 증권거래소가 중국 공산당 창당 1년 전인 1920년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중국 본토가 공산화된 1949년 이후로 거래소는 문을 닫았다.

중국에서 증시가 재개된 건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1990년, 상하이와 선전거래소가 개설됐다. 내국인 전용 거래 종목들로 구성된 A주와 외국인 전용 B주가 각각 상장됐다. 2001~2002년에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외국 기관투자자의 A주 거래와 내국인의 B주 거래를 허용했다.

선전증권거래소 [사진 셔터스톡]

선전증권거래소 [사진 셔터스톡]

후강퉁(沪港通)과 선강퉁(深港通)은 중국 증시가 혁신적으로 개방되는 계기였다.  

후(沪)는 상하이, 선(深)은 선전, 강(港)은 홍콩을 뜻한다. 상하이-홍콩, 선전-홍콩을 통(通)하게 한다는 뜻으로 두 본토 증권거래소와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종목들을 각각 교차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또 홍콩거래소를 통해 외국인 개인이 상하이·선전의 A주를 거래할 수 있게 됐다. 2014년 11월 후강퉁이 도입되자 상하이종합지수는 몇 달 사이 2000년대 초반에서 5000대까지 치솟았다. 2016년 12월엔 선강퉁도 시작됐다.

상하이와 선전, 홍콩 거래소는 각기 다른 개성이 있다. 상하이거래소는 은행주 같은 전통의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선전거래소는 나스닥처럼 기술주와 IT, 헬스케어주들이 주요 종목이다. 1891년 개장해 중단 없이 이어져 온 홍콩거래소는 그만큼 남다른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텐센트, 알리바바, 샤오미, 징둥닷컴 같은 본토의 신흥 대기업들이 본토 증시 상장을 위한 까다로운 요건들을 피해 이곳에서 상장했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등 중국 당국은 단계적으로 A·B 증시를 통합해 거래 자유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중국 주요 기술 기업들이 나스닥과 홍콩 증시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2019년 커촹반(科創板)을 상하이거래소에 개설했다. 기술·스타트업 기업 전용 주식시장으로 적자 기업 상장이 가능하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국이 중국 기업의 나스닥 상장을 견제하는 움직임과도 맞물렸다. 지난해 11월엔 상하이·선전에 이어 베이징증권거래소가 문을 열었다. 중소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목적으로 일단 전문 투자자와 기관에 대해서만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 증시의 발전 속도는 중국 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더딘 편이다. 중국의 1인당 GDP가 17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6배 커지는 동안 상하이 주가지수는 3배 오르는 데 그쳤다. 주식투자가 제1의 재테크인 미국에 비한다면 저축에 더 의존하는 것이 중국인의 경제생활 방식이었다. 미·중 무역전쟁도 중국 금융시장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성장을 더디게 압박한 요인이었다. 한때 5000을 넘겼던 상하이종합지수는 4월 26일 기준 2897.36을 기록했다.

위안화 [사진 셔터스톡]

위안화 [사진 셔터스톡]

중국 금융시장의 미래는 외환시장에서의 위안화 파워와도 직결될 것이다. 장밋빛과 잿빛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2030년이 되면 위안이 엔과 파운드를 제치고 달러, 유로화에 이어 세계 3위 보유 외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 스탠리는 향후 10년 안에 중국 통화가 세계 외환 자산의 최대 10%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현재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약 2.7%로 5위다.

위안화 파워가 커지리란 전망은 미국이 달러를 무기화하는 전략을 가속함에 따라 여타 국가들이 대안 통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에서도 나온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지난달 상원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달러 중심의 국제결제 인프라를 대체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중국은 여전히 정부의 금융 통제가 심하고 선진화된 서방의 금융 시스템에 뒤지며, 아직 신흥 시장(emerging market) 지위에 있는 것이 방해 요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밝힌 위안화 결제 비중은 3%로 달러(40%)와 유로(37%)에 크게 뒤처져 있다.

중국이 경제·군사적으로 미국을 따라잡을 정도로 고속 성장을 지속하더라도 금융 분야에서 미국 헤게모니를 이어받는 일은 더 먼 미래가 될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에 미국은 이미 영국의 국력을 뛰어넘어 패권국의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영국으로부터 금융 패권을 넘겨받아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건 그보다 30년이 넘게 지난 2차 세계대전 이후였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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