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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불기소 권고 뒤집나…손준성 기소 '저울질'

중앙일보

입력

4월 12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12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당선인이 연루된 ‘고발사주’ 의혹 수사 결론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공소심의위원회가 주요 피의자인 손준성(사법연수원 29기)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김웅(연수원 29기)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했지만, 공수처는 이를 뒤집고 일부 피의자를 기소할지 저울질하는 중이다.

(2022년 4월 20일 중앙일보 「[단독]공수처 공심위, ‘고발사주’ 손준성·김웅 불기소 권고」 참고)

조희연·김형준 수사 땐 모두 공심위 의견대로 기소

2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 수사의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19일 공심위가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냈지만, 공수처는 이들 중 일부에 대해 기소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마지막 법리 검토에 집중하고 있다. 결론은 다음 달 안으로 나올 전망이다. 다음 달 10일 윤 당선인 취임 직전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공수처는 지난해 1월 출범 이후 공심위의 권고를 거스른 적이 없다. 지난해 8월 30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공심위가 기소 의견을 내자 공수처는 나흘 만인 지난해 9월 3일 검찰에 조 교육감과 한모 전 비서실장에 대한 기소를 요구했다. 출범 이래 첫 기소 요구였다. 이후 검찰이 기소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수처는 서울시교육감을 수사할 순 있지만, 기소권은 없다.

올해 2월 28일엔 김형준(연수원 25기)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공심위가 기소 의견을 의결했고, 공수처는 지난해 3월 11일 김 전 부장검사와 박모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가 70여년간 이어져 온 검찰의 기소 독점을 깨고 1호 기소 기록을 남긴 것이다.

그러나 고발사주 의혹을 두고 공수처는 공심위 권고를 따르지 않은 채 일부 피의자를 기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공수처 관계자는 “7개월가량 동안 수사해온 수사팀과 약 4시간 동안 수사팀으로부터 수사 경위, 의견을 보고 받고 토론하는 공심위원들은 보는 게 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심위가 형식적으로 불기소 혹은 기소 의견을 냈을지라도 디테일로 들어가면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수사팀이 그런 부분들을 다 감안해서 다시 한번 기록을 검토하고 법률도 점검 중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4월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윤봉길 의사의 사당인 충의사를 참배했다. 연합뉴스

4월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윤봉길 의사의 사당인 충의사를 참배했다. 연합뉴스

불기소 시 “무리한 수사”…기소해도 “무리한 기소”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일 공심위 권고대로 주요 피의자인 손 인권보호관과 김 의원을 불기소하면 나머지 윤 당선인 부부, 한동훈(연수원 27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 권순정(연수원 29기) 부산지검 서부지청장, 정점식(연수원 20기) 국민의힘 의원 등도 불기소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 고발사주 의혹은 공수처가 지난해 가장 많은 수사력을 집중한 사건이다. 그래서 “애초에 무리하게 수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수처는 수사 초기인 지난해 9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 당선인을 입건하면서 “무리한 수사로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11월에는 주임 검사인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변인인 박성준 민주당 의원과 전화 통화하며 저녁 식사 약속을 잡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부채질했다.

강제 수사를 벌이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손 검사에 대해 지난해 10월 20일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하자 이례적으로 사흘 만인 같은 달 23일 체포 영장을 건너뛰고 구속 영장을 청구하고선 기각당했다. 지난해 11월 30일 두 번째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결과는 역시 기각이었다. 2차 구속 영장 심사장에서 여 차장은 “공수처는 아마추어다”라는 발언을 한 게 알려져, “무능함을 자백한 거냐”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26일에는 앞서 김 의원실에 대해 실시한 압수수색영장이 서울중앙지법에 의해 취소되기도 했다. 공수처가 재항고해,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남겨 놓고 있다. 공수처는 수사 과정에서 김 의원이 속해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대상으로 마구잡이 통신자료(통신서비스 가입자상 개인정보) 조회를 해 사찰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지난해 10월 29일 대검찰청 감찰부(부장 한동수 검사장)가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받고 포렌식하자, 일주일 뒤인 11월 5일 공수처가 감찰부를 압수수색하면서 포렌식 자료를 가져가 ‘하청 감찰’ 논란도 일었다. 검찰의 언론 창구인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를 법원 영장이나 대변인의 참관도 없이 들여다본 데 대해 기자들이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직접 “언론 자유 침해”라고 거세게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공수처가 윤석열 당선인 등에 대해선 대통령 임기를 마치는 2027년 5월까지 처분을 미루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란 얘기도 흘러 나온다. 공수처가 공심위의 판단과 다르게 손 검사 등 일부 피의자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경우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무리한 기소를 한다”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소 강행 시 공심위의 결론을 무시한 결과가 되고, 이후의 책임은 오롯이 공수처가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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