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쟁탈전"방지 고육책|교통부「민항지도·육성」지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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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교통부가 25일 발표한「민항 지도·육성지침」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간의 치열한 노선쟁탈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일종의 고육지책이나 양 항공사로부터 똑같은 반발을 불러일으켜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항공은 88년2월 아시아나 항공 출범 당시 교통부가 국적 항공사간 과열경쟁에 따른 부작용 억제를 의해 아시아나 항공의 취항지역을 한-일, 한-미 노선으로 제한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항공사업 면허에 명시해 놓고 이제 와서 이 원칙을 뒤집어 동남아 노선까지 허용하는 것은「아시아나 편중 정책」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의 신규 노선 배분율을 2대1로 정한 것도 선발업체의 발목을 묶어두고 후발업체만 집중 육성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국적 항공사간의「제살 깎아 먹기식 경영」을 부채질해 국제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대한항공은『대한항공을 전 세계 노선망을 갖춘 주력기업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교통부 발표는 마치 과거에 없었던 노선을 교통부가 새로 허가한 것처럼 호도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혹평하면서 국제 노선권 및 운항 횟수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선정, 선발기업은 명실상부한 주력 기업으로 육성하고 후발 기업은 보완적 기능을 수행토록 역할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맞서 아시아나 항공 또한 교통부 지침을「아시아나 고사작전」으로 규정하고 이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아시아나는 대한항공의 주장을 선발기업의 횡포라고 보고 있다.『대한항공은 전 세계 노선 망을 갖춘 주력기업으로 육성하면서 아시아나에 대해서만 국제선 취항지역을 일본·미국·동남아지역으로 제한하는 것은 형평을 잃은 절름발이 정책』이라는 것이 아시아나 항공 측의 불만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특히 교통부가 밝힌 기존노선의 복수 취항 허가원칙은「눈감고 아웅」격의 기만책이라고 비판한다.
교통부의 복수취항 허가 원칙은 ▲연간수송 수요가 15만명 이상 또는 운항 횟수 주7회 이상 ▲좌석 이용률 70%이상인 노선에 한해 허가토록 하고있다.
이 원칙이 적용될 경우 현재 대한항공이 독점 취항하고 있는 국가 중 아시아나가 취항할 수 있는 국가는 홍콩·대만·싱가포르·태국 등 4개국에 불과하며 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 등 3개국은 앞으로 수년간 복수취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시아나 항공의 주장이다.
복수 운항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국제경쟁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수송점유율을 떨어뜨린다」고 보는 반면 아시아나는「경쟁력 강화에 따라 시장 점유율을 제고시키고 자국 항공사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다양한 영업 전략을 개발할 수 있으며 이는 수송수요 창출, 국제 경쟁력 배양의 힘이 될 수 있다」는 상반된 견해다.
제2민항 출범 당시부터 계속돼 온 이같은 노선 쟁탈전은 한마디로 두 회사의「밥그릇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교통부가 아직도 찬반양론이 엇갈리는 복수 항공사 체제에 대해 확고한 원칙과 정책을 세워 일관성 있게 지도·육성을 할 수 있느냐에 있고 이번 지침에 대한 양사의 반발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또 한차례 시험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김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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