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 쉽고 버리기 편한 분리수거통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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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의 분리수거를 생활화하는 것은 쾌적한 삶과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쓰레기 종량제 실시 이후 분리수거는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공공장소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캐나다 토론토 시는 특수 제작된 쓰레기통인 메가빈(Megabin.(右))을 설치했다가 시민의 항의로 최근 철거키로 했습니다. 메가빈은 일반쓰레기.재활용 쓰레기의 투입구와 재떨이 등이 수직 배열되어 세련된 모습입니다. 하지만 양 옆면의 광고판과 날씬한 외형을 위해 키를 높였습니다. 운전자에게는 보도가 가려지고, 보행자도 답답하게 된 겁니다. 어느 투입구에 어떤 종류의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지 구분도 쉽지 않아 입구 주변은 늘 쑤셔 넣은 쓰레기로 넘쳐났습니다. 시민의 이용 행태와 가로 환경의 맥락을 고려치 않고 외관에만 치중한 디자인의 폐해 사례입니다.

우리나라의 쓰레기통(왼쪽 (上))은 픽토그램(그림문자)과 투입구의 모양을 통해 투입될 폐기물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픽토그램만 봐서는 어디다 버려야 할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또 유리병.캔을 넣도록 만들어진 둥근 투입구는 어지간해서 구멍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심코 투입구가 넓은 일반쓰레기 칸에 버리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베를린 도심의 쓰레기통(왼쪽 (下))은 쓰레기 종류별로 색을 부여하고 픽토그램과 문자를 함께 표기하고 있습니다. 일반 쓰레기는 빨강, 금속류는 노랑, 유리는 녹색, 종이는 파랑으로 구분했는데 이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통용되는 폐기물 관련 컬러코드입니다. 색을 통해 구분하는 방식은 처음에는 의식적인 학습과정이 필요하지만 곧 어떠한 문자나 기호보다 빠르고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분리수거 쓰레기통은 외관도 중요하지만 사용자가 쓰레기를 투입하고, 미화원이 수거하는 과정이 쉽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생활폐기물 처리에 대한 시민의 적극적인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지만, 인간의 인지적 특성을 잘 활용한 쓰레기통 디자인을 통해 시민의 보다 자발적이고 효과적인 분리배출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권영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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