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 '중흥의 드리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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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북한 축구가 중흥의 계절을 맞았다.

북한은 13일 오전(한국시간) 인도 콜카타에서 끝난 아시아청소년(19세 이하)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과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5-3)로 누르고 우승컵을 안았다. 북한의 우승은 1976년 이란과의 공동우승 이후 30년 만이다. 북한은 이번 대회 4강에 주어지는 내년 세계선수권(캐나다) 출전 티켓도 일찌감치 확보했다.

북한의 16세 이하 대표팀도 9월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 결승에 올랐다. 연장 접전 끝에 일본에 석패했지만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U-17) 출전권을 따냈다. 북한 여자축구의 약진은 더 눈부시다. 청소년대표팀은 9월 러시아에서 열린 20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강호들을 모조리 물리치고 우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한 대회에서의 우승은 남북한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처음이었다.

북한 축구가 최근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괄목할 성적을 거둔 것은 뛰어난 체력과 투지를 바탕으로 선진 축구 기술을 꾸준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문기남 울산대 감독은 "북한은 FIFA의 지원금으로 각급 대표팀을 육성하고 있으며, 청소년 유망주들을 국가가 관리해 키워내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결승전은 일취월장하고 있는 북한 축구의 힘과 자신감을 보여준 경기였다. 예선에서 일본에 0-2로 졌던 북한은 악착같은 투지와 과감한 압박으로 일본을 몰아붙였다. 전반 3분 리철명이 40m 기습 장거리슛으로 선취골을 뽑았다. 전반 34분 일본 가시와기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북한은 연장전에서도 체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4골을 넣은 북한의 스트라이커 김금일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페어플레이상도 북한에 돌아갔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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