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좋아요도, 필터도 싫다"…Z세대가 만든 프랑스SNS '비리얼'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평일 오후 2시, 휴대폰에 갑자기 '비리얼 할 시간(Time to BeReal)'이라는 알림이 뜬다. 주어진 시간은 단 2분. 그 안에 사진을 찍어 비리얼 앱에 올려야 한다. 조금 전까지 마시던 커피잔을 찰칵. 동시에, 촬영 버튼을 누르던 내 민낯도 전면 카메라로 찍혔다. 얼떨결에 셀피와 커피잔 사진을 동시에 업로드 완료. 서비스 이름처럼 리얼하긴 한데, 너무 날 것 그대로의 사진을 올리려니 어색하기도 하다.

이 당황스러운 소셜미디어가 요즘 미국·영국에서 장안의 화제다. 프랑스 소셜미디어 '비리얼(BeReal)'을 만든 비리얼 본사에 서비스의 철학을 물었다. 회사는 e메일로 답변을 보내왔다.

비리얼(BeReal)은 하루에 한 번 뜨는 메시지를 눌러야 사진을 올릴 수 있다. [비리얼]

비리얼(BeReal)은 하루에 한 번 뜨는 메시지를 눌러야 사진을 올릴 수 있다. [비리얼]

비리얼이 뭐야?

90년대생이 이끄는 소셜미디어 혁명이 시작된 걸까. 80년대생들이 만든 소셜미디어 페이스북(마크 저커버그, 1984년생), 인스타그램(케빈 시스트롬, 83년생), 틱톡(장이밍, 83년생)이 이 시장을 지배한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신생 소셜미디어 '비리얼'은 90년대생 창업자 알렉시스 바레야(27)와 케빈 페레루(31)가 공동 창업해 내놓은 서비스다.
● 소프트웨어 사관학교 출신 90년대생 : 바레야와 페레루는 프랑스의 혁신 IT 교육 기관 '에꼴42'에서 함께 소프트웨어를 공부한 학업 동기. 에꼴42는 졸업장, 교수, 학비가 없는 3무(無) 시스템이 특징인데, 졸업생 100%가 모두 취업하거나 창업에 성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레야는 에꼴42 졸업 후 고프로에서 미디어 프로덕션 업무를 담당했었다. 두 사람은 2020년 1월 파리에 회사를 설립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젠지'가 좋아하는 뉴소셜 : '꾸미지 않은 날 것의 사진들을 하루에 한 번만 올릴 수 있다'는 컨셉에 반응한 건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 영국 타임지는 21일 비리얼을 '인스타그램의 라이벌'이라며 인기를 분석한 기사에서도 '젠지와 밀레니얼 세대들이 비리얼의 인기의 주축'이라고 분석했다. 좀 더 진실되고, 사진을 덜 올려도 된다는 점이 젊은 층들에게 먹혔다는 것. 모바일 분석업체 데이터ai에 따르면 비리얼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500만건이 넘었다. 이 중 65%, 약 320만건이 올해 발생했다. 지난달 미국·영국·프랑스에선 인스타그램·스냅챗·핀터레스트에 이어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 4위에 올랐다.

90년대생이 만든 소셜미디어 ‘비리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90년대생이 만든 소셜미디어 ‘비리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비리얼은 뭐가 다른데?

시작은 "(창업자인)바레야가 본인의 친구들이랑 연락하고 싶어서"였다. 비리얼 본사는 "실제 생활을 찍어서 올리고, 무언가 만들고 대중들에게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운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지인들과 연락하고 지내기 위해'서라는 목적은 페이스북과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비리얼은 기존 소셜미디어의 규칙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 '리얼한' 사용법 : 비리얼은 단순한 사용 방식을 추구한다. 카메라로 동시(전·후면)에 촬영한다는 점, 틱톡·인스타그램의 경쟁력인 필터·편집 버튼을 비리얼은 지원하지 않는다. 또 자신의 사진을 올려야 친구들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훔쳐보기'도 금지다. 기존 소셜미디어의 강점을 비리얼은 아예 배제해버렸다.
● "좋아요·필터 원하면 떠나라" : 이렇다보니 비리얼은 이용자들에게 처음부터 경고했다. '비리얼 이용법'에 따르면 ▶비리얼은 당신을 유명하게 만들지 못한다 ▶인플루언서가 되고싶으면 틱톡·인스타그램으로 가라 ▶(바로 찍어올려야 하니)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비리얼 측은 "팔로워·좋아요 수나 필터에 집중하지 않고, 이용자들을 진정성(authenticity)과 즉흥성(spontaneity)으로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촬영 버튼을 누르면 전면, 후면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을 한다. 사진 두 장이 한꺼번에 올라가는셈. [비리얼]

촬영 버튼을 누르면 전면, 후면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을 한다. 사진 두 장이 한꺼번에 올라가는셈. [비리얼]

SNS가 강조하는 진정성

비리얼 측은 "친구나 가족들이 진정성 있게, 자연스럽게, 수준 있는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최적화된 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현생' 보여주자는 컨셉 : 페이스북은 사회적 지위와 네트워킹을, 인스타그램은 비주얼과 스타일리시함을, 틱톡은 현란한 밈(meme)을 추구하는 이용자들을 불러 모았다. 반면, 비리얼은 진짜 내 친구들이 지금 이 시간에 뭐하는지, 그 실제 모습을 보기 위해서 앱에 들어오라고 한다.

● 인스타·틱톡의 '해독제' :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11일 비리얼에 대해, Z세대의 새로운 '최애'(가장 좋아하는) 앱이라고 소개하며 "젊은이들로 하여금 온라인에서 완벽해 보여야 하고, 새로운 얼굴을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의 '해독제'로 인기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틱톡·릴스(인스타그램) 같은 숏폼 비디오에 있는 재능 없는 재능을 죄다 끌어내서 보여줘야 하는 압박감에 사람들이 지쳐있었다는 것.

더 알아야 할 것

비리얼이 '차세대 인스타그램·틱톡'이 될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업계는 비리얼 자체의 성장 가능성은 높이 평가한다. 비리얼은 지난해 6월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VC) 안드레센 호로위츠 등으로부터 3000만 달러(약 374억원)를 투자 유치했다.

그러나 '넥스트 틱톡'을 꿈꾸는 소셜미디어들이 많다는 점에선 비리얼의 미래도 안갯 속이다. 테크크런치는 23일 포파라치(남이 찍어준 사진만 올릴 수 있는 앱), 디스포(앱을 통해 찍은 사진만 올릴 수 있는 앱) 등 경쟁 서비스를 비리얼과 함께 언급했다. 테크크런치는 비리얼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컨셉의 소셜미디어는 아니다"라며 "진짜 사람들의 일상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앱 분석업체 '앱토피아'의 다운로드수 추이. [앱토피아]

앱 분석업체 '앱토피아'의 다운로드수 추이. [앱토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