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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적폐청산 후유증,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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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2017년 5월 출범했던 문재인 정부가 조만간 막을 내린다. 5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실세들의 회한이 깊을 것 같다. 역사란 권력의 흥망성쇠를 반복해 기록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 수레바퀴가 구르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수레바퀴의 크기다. 수레바퀴가 작으면 권력의 흥망성쇠 역시 빨라져 민생이 피폐해지는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2016년 말 당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것을 계기로 문 정부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집권했다. 문 정부는 집권의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 적폐 청산이라는 전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국민분열·법치붕괴 등 여파 심각
기업인·공직자 등 대사면 필요해

지난 5년간 박 정부의 권력 실세뿐만 아니라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정치인·공무원·민간인을 청산 대상으로 몰아 사법 권력을 휘둘렀다. 심지어 권력자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던 민간인의 수동적 조력도 적극적 조력으로 해석해 처벌했다. 이 때문에 법치주의를 뛰어넘는 초법적 행태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도 결국 ‘내로남불’이라는 평가 속에 역사의 수레바퀴를 가속하는 후유증을 남기고 말았다.

문제는 후유증을 치유하는 일이다. 지난 5년간 민생은 부동산 가격 폭등, 양질의 일자리 감소, 물가 폭등, 소득 격차 악화 등과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후유증 치유보다 문 정권의 또 다른 국정농단을 먼저 단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논란에도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된 것을 보면 그런 정서가 엿보인다.

그러나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문 정권의 전철을 답습한다면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수없이 강조했던 ‘국민을 위한 정부’는 실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아무리 봐도 결자해지(結者解之)가 답인 듯하다. 적폐 청산을 주도한 문 대통령이 적폐 청산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안정된 대한민국을 원하고 있다. 이는 국민 대통합만이 지난 5년간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적폐 청산이라는 ‘광풍’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과거 정치사를 보더라도 국민 대통합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처절한 자기희생을 전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적폐 청산의 주역이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책임은 윤 당선인이 아니라 문 대통령의 몫이다.

국민 대통합을 위한 방법이 없지 않다. 대통령 임기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지난 5년간 적폐 청산의 희생자가 됐던 이들에 대한 과감한 대사면이 아닐까. 사면 대상은 후유증 치유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이 돼야 할 것이다.

지난 5년간 문 정권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전환 시기에 절실한 양질의 일자리를 청년들에게 제공하지 못했다. 이는 신기술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자리 창출은 결국 기업의 몫인 만큼 기업인들이 다시 뛸 수 있게 해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무 수행 과정에서 타의에 의해 적폐 청산의 희생양이 됐던 공직자들에 대한 사면도 필요하다. 자칫하면 공직사회에 복지부동 분위기가 만연해 그 폐해가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부패와 직접적으로는 무관한데도 정치 보복 차원에서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몰렸던 일부 정치인에 대한 사면 여부도 신중히 검토하길 바란다. 대통합을 위한 대승적 고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제 문 대통령의 임기가 며칠 남지 않았다.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국민 대통합의 첫 단추를 끼우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