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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처럼 될 수 있다"…‘봉쇄 공포’에 베이징서 사재기 등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서민형 슈퍼마켓 계란 매대가 텅 비어있다. 이날부터 차오양구 전시민을 대상으로 세 차례 핵산검사를 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일부 슈퍼에서 사재기 행렬이 등장했다. 신경진 기자

25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서민형 슈퍼마켓 계란 매대가 텅 비어있다. 이날부터 차오양구 전시민을 대상으로 세 차례 핵산검사를 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일부 슈퍼에서 사재기 행렬이 등장했다. 신경진 기자

2500만명 상하이의 봉쇄 사태를 겪고 있는 중국에서 이번엔 수도 베이징이 긴장하고 있다. 베이징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다. 최근 한달간 하루 한자릿수 확진자를 유지해온 베이징은 지난 22일 이래 25일 오후까지 70명의 확진 사례가 확인됐다.

 25일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쇼핑몰 솔라나(藍色江灣) 지하의 고급 마트 BHC의 계란 매대 곳곳에 빈 자리가 보인다. 이날부터 차오양구 전시민을 대상으로 세 차례 핵산검사를 시행한다는 소식에 슈퍼마다 사재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신경진 기자

25일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쇼핑몰 솔라나(藍色江灣) 지하의 고급 마트 BHC의 계란 매대 곳곳에 빈 자리가 보인다. 이날부터 차오양구 전시민을 대상으로 세 차례 핵산검사를 시행한다는 소식에 슈퍼마다 사재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신경진 기자

25일 오후 베이징 쇼핑몰 솔라나(藍色江灣) 지하의 고급 마트인 BHC. 이곳을 찾은 고객마다 쇼핑 카트 가득히 계란과 라면, 쌀 등 먹거리를 채우느라 바빴다. 쉽게 주차할 수 있도록 이곳을 일찍 찾았다는 왕(王)씨는 “상하이도 애초에는 봉쇄는 없다고 했다. 베이징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계산대 단말기에는 3000~4000위안(60만~80만원)씩 쇼핑 금액이 찍혔다. ‘상하이 학습효과’다. 상하이에서처럼 봉쇄령이 떨어질 경우 집안에 갇혀 있다 생필품이 떨어질 수 있으니 일단 먹거리부터 챙기려는 시도다.

확진 지역 봉쇄에 코로나 전원 검사 #시민 “상하이도 봉쇄 없다고 말했다”

25일 봉쇄 우려에 베이징시 차오양구 짜오잉루(棗營路)의 서민형 슈퍼마켓 앞에 시민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신경진 기자

25일 봉쇄 우려에 베이징시 차오양구 짜오잉루(棗營路)의 서민형 슈퍼마켓 앞에 시민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신경진 기자

인근 짜오잉루(棗營路)의 서민형 슈퍼마켓도 마찬가지였다. 입구부터 60~70대 노인 십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상하이 때문에 걱정이다. 물건이 없어지거나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한다”는 걱정 어린 대화가 들렸다. 다행히 계란 코너와 일부 야채를 제외하고 비어 있는 매대는 없었다. 상점 직원들은 매대가 비면 즉시 채워 넣었다. 계산대에는 수십 명의 고객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달을 기다리는 비닐 포장도 계산대 옆에 가득했다. 사진을 찍으며 둘러보자 곧 매장 직원이 다가왔다. 감독 당국에서 왔느냐 물었다. 물자 부족과 가격 상승을 우려한 당국의 지도가 이미 있었다고 했다.

 25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서민형 슈퍼마켓 계산대에 배달을 기다리는 상품이 가득하다. 이날부터 차오양구 전시민을 대상으로 세 차례 핵산검사를 시행한다는 소식에 슈퍼마다 사재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신경진 기자

25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서민형 슈퍼마켓 계산대에 배달을 기다리는 상품이 가득하다. 이날부터 차오양구 전시민을 대상으로 세 차례 핵산검사를 시행한다는 소식에 슈퍼마다 사재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신경진 기자

확진자 숫자가 늘자 베이징 당국은 곧바로 방역 강화 조치에 나섰다. 앞서 지난 24일 격일로 세 차례 핵산 검사 시행을 발표한 양베이베이(楊蓓蓓) 베이징 차오양구 부구청장은 25일 “이날 오후 4시까지 1301개 핵산 검사소에서 총 306만7588명이 검사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확진자가 밀집한 차오양구는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 대사관, 외국인 거주지가 밀집해 있는 행정구다. 베이징 동쪽 470.8㎢ 면적(서울시 면적의 78%)에 상주인구만 345만명이 넘는다.
당국은 25일 천안문(天安門) 남쪽의 2환도로 동쪽에서 3환도로 서쪽에 이르는 판자위안(潘家園) 일대 가로 약 3㎞, 세로 2.5㎞ 구역의 이동을 통제했다. 임시 관리ㆍ통제 지역으로 지정된 감염 확산 위험 지역 주민은 필수 사유가 아니면 거주 단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관리ㆍ통제 구역내 회사는 원칙상 재택근무를 명령했고, 사업장 운영에 필수적인 인원은 외부와 차단된 ‘폐쇄 루프’ 방식으로 생활하도록 했다.

베이징의 강력한 방역 조치는 상하이의 초기 안일한 대응이 전면 봉쇄를 불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팡싱훠(龐星火) 베이징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은 “해외와 베이징 외부 상황, 노동절 장기휴가 등 다중 리스크에 맞서 과감하고 빠른 조치로 감염 사슬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25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핵산검사소 앞에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시는 전날 11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차오양구 345만 전 시민을 대상으로 25일부터 격일로 세 차례 핵산 검사를 진행한다. 신경진 기자

25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핵산검사소 앞에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시는 전날 11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차오양구 345만 전 시민을 대상으로 25일부터 격일로 세 차례 핵산 검사를 진행한다. 신경진 기자

당국이 ‘차오양구 전원 코로나 검사’에 돌입하며 검사 현장은 인산인해가 됐다. 이날 오전 시내 주차장 한쪽에 자리한 핵산검사소에는 검사가 시작하는 9시 이전부터 수백 미터 장사진이 쳐졌다.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이다. 열 명씩 신분증을 스캔한 뒤 핵산 검사봉을 수합하는 식으로 검사가 이뤄졌다. 건당 25위안(5000원)인 검사료는 별도로 받지 않았다.

베이징 당국은 또 “물자는 풍부하다”며 사재기 방지와 가격 안정에 주력했다. 베이징 신경보는 이날 “현재 베이징 생활필수품 시장의 물자 공급은 충분하고 거래는 정상”이라며 “많은 신선 식품 전자상거래 플랫폼마다 공급을 확대, 민생 물품의 전체 재고량을 평소보다 1.5~3배로 늘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안심하고만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시민들이 봉쇄 가능성을 우려해 생필품 챙기기에 나선 모습이 이미 나타났기 때문이다.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인조차 이날 웨이신(微信ㆍ중국판 카카오 페이지)에 “베이징 친구들에게 너무 당황하지 말라, 사재기도 적당하면 된다고 권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베이징 봉쇄 우려에 중국 주식과 위안화 가치도 급락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이날 5.13% 떨어진 2928.51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3000선이 깨진 것은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위안화도 이날 오후 3시 48분 현재 1.06% 하락한 달러당 6.5950위안을 기록했다.
한편 봉쇄 29일째인 상하이에서는 전날인 24일 하루 동안 사망자가 51명 발생했다. 확진자는 1만9455명(무증상 1만6983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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