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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수면제 50알 먹은 것 맞다" 검찰 "CCTV 없어" 법정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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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구속영장심사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구속영장심사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ㆍ로비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극단적 선택 시도와 관련한 진실공방이 25일 법정에서도 이어지면서 재판이 공전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유 전 본부장의 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법정에서 퇴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유 전 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사건에 출석한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에 대해 제가 접견하고 그 사실을 알리기까지 구치소 쪽에선 수면제를 먹은 사실을 몰랐고 인정하고 있지도 않다”라며 “유서를 남겼는데도 못 봤다고 하고, 접견이라도 하려고 하니까 접견도 안 된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 진행도 중요하지만,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상황에서 절차대로 진행한다면 가만히 누워 있으란 이야기냐”라며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피고인(유 전 본부장)에게 하루종일 (재판 때문에) 나와있으라고 하면 제가 오히려 변호인으로서 못할 짓인 것 같아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하며 법정에서 퇴정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2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치소 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씨가 전날 서울구치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자 수면제 50알을 복용했고, 유씨가 아침에 깨어나지 않자 구치소 직원들이 유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날 오후 “유씨가 극단적인 행동을 한 적도 없고, 건강에도 이상이 없다”며 이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법정에서 직접 발언할 기회를 얻어 “수면제 50알 먹은 것이 맞고, CCTV가 있어서 뒤돌아서 약을 털어넣었다. 기절하는 바람에 계획대로 극단적인 시도를 하지 못했다”며 “그런 선택을 하면서 유서도 써놓고 한 이유는 그래야만 재판장님한테 진실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상세히 조사해보면 여러 가지 나올 거다”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재판을 강행하자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유씨의 건강을) 체크한 뒤에 재판부가 결정하시라는 의견”이라고 했다.

다만 검찰은 “변호인이 말한 내용이 지나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피고인이 지난 20일 기상 시간에 일어나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아 의무실에서 검사를 했으나 정상이었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병원으로 옮겨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비롯한 검사를 했으나 역시 정상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이 구치소에서 하루 한 알의 수면유도제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면유도제는 수면제와 달리 처방전 없이 받을 수 있는 약으로 약효나 부작용이 수면제보다 훨씬 약하다”며 “폐쇄회로(CC)TV에 피고인이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오후에 다시 재판을 열어 향후 기일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하기로 했다.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1월1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1월1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당초 이날 재판에선 대장동 사건의 ‘스모킹 건’으로 꼽히는 정영학 회계사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재생할 예정이었지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오는 26일과 28일, 29일에도 녹음파일 재생을 이어갈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재판부는 “변론을 분리해서 다른 피고인들만 있는 상태로 증거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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