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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만에 부활한 신라 바둑 대국…고분 출토 자갈돌로 실제 바둑 둔다

중앙일보

입력

경주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바둑돌 모양의 자갈돌. 흑돌과 백돌으로 구분해 바둑통에 담아둔 모습이다. [사진 문화재청]

경주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바둑돌 모양의 자갈돌. 흑돌과 백돌으로 구분해 바둑통에 담아둔 모습이다. [사진 문화재청]

신라시대 바둑돌로 1500년 만에 대국이 펼쳐진다.

25일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오는 28일 경주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바둑돌로 실제 바둑을 두는 ‘천년수담(千年手談) 신라 바둑 대국’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수담’은 ‘서로 상대하여 말이 없어도 의사가 통한다’는 뜻으로, 바둑 두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경주 쪽샘 44호분 바둑돌 출토 당시 모습. [사진 문화재청]

경주 쪽샘 44호분 바둑돌 출토 당시 모습. [사진 문화재청]

경주 쪽샘 44호분에서 바둑돌 출토 위치. 무덤 주인 발치에서 발견됐다. [사진 문화재청]

경주 쪽샘 44호분에서 바둑돌 출토 위치. 무덤 주인 발치에서 발견됐다. [사진 문화재청]

약 1500년 전 만들어진 쪽샘 44호분은 지름이 30m에 이르는 대형 봉분을 갖춘 신라 특유의 ‘돌무지덧널무덤(나무로 짠 곽 주변에 돌을 쌓고 봉분을 덮은 무덤)’이다. 2020년 11월 금동관, 금귀걸이, 금과 유리구슬로 꿴 가슴걸이 등 화려한 장신구가 출토돼 신라 왕족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발굴 당시 무덤 주인의 발치에서 860여 점의 균일한 크기의 바둑돌 모양 자갈돌이 출토됐다. 출토된 자갈돌은 지름 1~2cm의 둥글고 납작한 형태로 어두운 색과 밝은 색으로 크게 구분되며, 인공적인 가공이나 채색 등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둑돌 모양 자갈돌은 황남대총 남분(243점), 천마총(350점), 금관총(약 247점), 용강동 고분(253점) 등 5~7세기 조성된 신라 무덤에서도 출토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자갈돌 중에는 흑돌과 백돌로 구분하기 어려운 색깔을 가진 것도 있고, 바둑을 두는 데 필요한 개수(361개)보다 적어 실제로 바둑을 두기 위해 바둑돌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었다.

문화재청은 “이번 행사는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자갈돌이 실제로 바둑 대국이 가능한지를 시험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자갈돌로 대국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지금까지 신라 무덤에서 출토됐던 비슷한 자갈돌들도 바둑돌인 것으로 예상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출토 자갈돌의 훼손ㆍ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보존처리 전문가의 사전 안전진단을 거쳤고, 대국 현장에도 유물 관리자와 보존처리 전문가가 입회할 예정이다.

한국기원과 함께 진행하는 28일 대국은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자갈돌을 흑돌과 백돌 각 200점씩 구분해 김수영 아마 7단(흑돌)과 홍슬기 아마 6단(백돌)이 오전 11시부터 펼친다. 대국은 바둑TV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유튜브 채널에서 동시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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