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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600억 날릴 뻔…文반대 고리2호 연장 서두른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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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2호 원자력 발전의 수명 연장 절차가 1년만 늦었다면, 계속 운전이 불가능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을 막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 2호의 연장을 서두른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소 67.2개월 가동해야 경제성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본부 앞바다에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왼쪽부터 월성 4호기, 3호기, 2호기, 1호기. 중앙포토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본부 앞바다에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왼쪽부터 월성 4호기, 3호기, 2호기, 1호기. 중앙포토

20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고리 2호 계속 운전 경제성 평가’에 따르면, 고리 2호 수명 연장이 경제성을 가지려면 최소 67.2개월 이상 가동해야 한다. 이는 한수원이 계산한 고리 2호 최대 운전 가능 기간인 80개월과 비교해 약 1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신청 시점이 지금보다 더 늦어 운전 가능 기간이 줄었다면, 고리 2호 수명을 연장해도 바로 폐쇄하는 것 보다 손해를 볼 수 있었다. 이번 평가에서 고리 2호 ‘이용률’과 ‘판매단가’는 각각 10년 실적 평균(78.6%)과 최신연료비 및 5개년 실적 단가(65.08원/㎾h)로 설정해 계산했다. 설비 투자 등 계속 운전 비용은 총 3068억원으로 측정했다.

원래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계속 운전 허가받으면, 최대 가동 기간은 기존 수명 완료 시점으로부터 10년이다. 하지만 고리 2호는 계속 운전 신청 시점이 늦었다. 신청 후 가동 연장 위한 절차에만 통상 4~5년 걸리기 때문에 고리 2호 수명이 끝나는 내년 4월까지 연장 여부가 결론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원전 가동을 일단 멈춘 뒤 인허가를 기다려야 한다. 이 때 멈춘 기간은 10년 최대 가동기간에서 뺀다. 이 때문에 한수원은 고리 2호 최대 가동 기간을 10년이 아니라 6년8개월(80개월)로 봤다.

정부 탈원전 정책에 연장 신청 늦어

고리 2호 가동 기간이 줄어든 것은 문 정부 탈원전 정책 때문이다. 원래 계속운전 위해서는 기존 수명 완료 시점에서 2~5년 전에 경제성 및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미리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사태 이후 평가 지침을 새로 마련한다는 이유로 고리 2호 수명 완료 1년 전인 이번 달 평가 보고서를 냈다.

그나마 수명 연장 신청을 뒤늦게 서두르면서, 최소한의 운전 기간을 확보했지만 경제성은 크게 감소했다. 한수원 경제성 평가를 보면 계속 운전 최대 기간인 10년을 가동할 경우, 폐쇄보다 6710억원 경제적 이익이 더 나왔다. 하지만 운영 기간을 80개월로 산정하면 계속 운전으로 얻는 이익도 1619억원으로 준다. 양 의원은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에 고리 2호 연장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셈”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한수원이 연장 신청을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원전 적시 가동 못 하면 국민 부담”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이 마저도 원안위 인허가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져 운영 기간이 더 짧아지면 이익이 더 줄거나 아예 손해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원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예상 가능한 인허가 절차를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불확실한 원안위 인허가 절차에 원전 가동 일정이 주먹구구로 이뤄진 사례가 다수 있었다. 실제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예비 전력이 최저 수준을 보이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독립기구인 원안위에 승인 단축을 요구해 원전 조기 투입이 이뤄지기도 했다. 신한울 1호는 2020년 4월 완공 후 원안위에 운영 허가를 신청했지만, 비행기 충돌 위험 등을 줄이라는 요구에 허가 일정이 1년 넘게 늦춰졌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원안위가 원전 안전성에 대해보다 면밀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원전을 적시에 가동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면서 “원전을 제때 가동하지 못한 피해는 결국 전기요금 등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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