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투데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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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는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평양이 왜 이렇게 결정했는지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지만, 대북 제재를 규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북한은 이미 유엔 결의를 무시하는 데 익숙하다. 이번 제재가 특별히 큰 효과를 지닌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이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본다. 일본이 그간 서먹했던 한국.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른 것도 원인이 됐을 것이다. 한.중 양국 내에서 그간 김정일의 핵 야망에 비교적 관대한 입장이었던 사람들이 궁지에 몰린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북한은 올 7월까지는 미국과의 양자대화로 금융제재를 풀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베이징 접촉 뒤 6자회담 복귀에 합의했다. 물론 그 사이에 북한은 미사일을 쐈고 핵실험을 했다. 하지만 이를 정책 실패라고 말하긴 힘들다. 미.중과 한국의 과거 정책들은 이 정도의 성공조차 거둔 적이 없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미국보다 훨씬 분명하게 '레드 라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을 단념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 입장에선 북한의 핵실험은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최악의 시점에 일어났다. 이로 인해 부시 행정부는 더 이상 대북정책에서 '정권 교체'와 '협상 추구'라는 양다리를 걸칠 수 없게 됐다. 이란 핵문제를 푸는 것도 더 어렵게 됐다. 한국 정부 역시 지지율 하락과 리더십 약화를 겪어야 했다. 비판자들은 정부의 일방적 포용정책에 더욱 비판의 날을 세웠고, 기존 지지자 중에도 정책의 효과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생겨났다.

협상 재개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참가국들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진척시킬수록 상황을 되돌리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협상을 통한 해결에는 압력과 대화의 결합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미국은 너무 압력에만 초점을 맞췄고, 북한의 주변국들은 대화에만 치중했다. 미국은 이제 북한에 더 많은 외교적 유연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중국과 한국은 북한에 보다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유엔 제재 외에 일본은 추가적인 무역.선적.송금 제재를 시작했다. 중국은 북한의 중국은행 접근을 제한했고 연료 공급을 줄이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국도 금융 압박을 강화했다. 이제 문제는 회담 복귀를 이유로 이런 제재에서 벗어나려는 북한의 시도를 어떻게 막느냐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당국자들은 대북 원조를 재개하기 위해 어떤 핑계라도 대고 싶어하는 것 같다.

미.북 간 직접 대화도 필요하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란과의 직접적 양자 접촉은 그들을 도덕적으로 승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외교란 의견이 같든 다르든 논의의 토대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북한 정권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북한의 핵 포기를 설득하려면 실질적 압력과 긍정적 유인책이 함께 필요하다. 물론 긍정적인 유인책은 최소한 당분간은 북한 정권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진정 원한다면 이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번 협상의 본질은 분명하다.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한 지난해 9.19 공동성명의 뼈대에 살을 붙이는 것이다. 6자회담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은 것은 미국과 중국의 시의적절한 정책 조정이었다. 반면 북한의 최근 도발에 대한 한국의 반응은 우방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한국 외교를 소외시켰다. 이는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브루킹스연구소 소장

정리=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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