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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 사용 염두에 둔 北…국지도발 가능성 높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 발사를 참관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 발사를 참관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2017년 말 자신의 책상에 핵단추가 놓여있다며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하는 위협에 나섰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의 수도권을 핵타깃으로 과시하며 위협 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남조선은 공격대상이 아니다"고 했지만, 지난 16일 함남 함흥에서 110㎞를 날아간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고, 북한 매체가 이를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이라는 언급을 하면서다. 그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이 '핵전투무력'을 언급한 지 12일 만에 전술핵을 언급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거리로만 보면 휴전선 북쪽에서 경기도 남부권이 사정거리다.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을 싣는 전략핵에서 소형 전술핵으로, 핵전쟁에서 전술핵으로 다양한 핵카드를 흔드는 모양새다.

비대칭적 핵사용 위협

북한이 핵소형화, 즉 전술핵을 보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단,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탑재한 단거리 미사일의 사용을 위협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보다 열세인 재래식 전력을 핵으로 극복하겠다는 뜻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북한이 전술핵을 확보했다면 이를 이용해 위협을 가하고, 유사시 사용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의 ICBM 발사 재개: 핵억제 관점에서 본 목적과 전망' 보고서에서 "잠재 적국에 비해 재래식 전력이 열세인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채택해온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걸 예로 들었다.

북한 시험발사 신형유도무기 주요 특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북한 시험발사 신형유도무기 주요 특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커지는 국지도발 가능성

신형 전술 미사일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사일에 핵을 탑재해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면 더 대담한 도발에 나설 수 우려도 나온다.

핵무기를 가진 국가 간에는 공멸의 위험 때문에 높은 차원의 충돌이 발생할 확률이 감소하는 반면, 국지도발과 같은 재래식 충돌은 늘어날 수 있다는 '안정과 불안정의 역설(stability-instability paradox)' 이론이 근거다. 김여정이 "남조선을 향해 총포탄 한 발 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핵을 등에 업고 국지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논리다.

북한이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모습.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모습.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양측 모두 핵을 보유한 인도와 파키스탄의 공세적인 국지도발이 대표적인 예다. 익명을 원한 국책 연구기관 전문가는 "북한이 전술(소규모)핵실험을 통해 그 능력을 입증하면서 전연에서 국지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北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

2018년 비핵화 협상에 나섰던 북한은 지난해 핵개발 총력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북한의 공세적인 핵위협이 우려되는 이유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 안의 타격 명중률 제고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을 지시했다. 일종의 '핵의 다종화'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핵능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과거 비핵화 협상에 맞췄던 핵개발의 초점을 유사시 핵사용 및 핵군축 등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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