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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교체기에 생긴 檢총장 공석…채동욱 사례 거론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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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총장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반발해 17일 사의를 표했다. 신·구 권력 교체기에 ‘검찰총장 공석’이란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김 총장은 지난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거취 표명 요구에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며 임기 고수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의 검수완박까진 버텨내지 못했다.

김 총장의 사의 표명에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2013년 2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간의 권력 교체기에 이명박 정부 검찰총장추천위원회의 ‘반란’이라 불린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례를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지만 지금 민주당은 무엇을 할지 종잡을 수 없지 않으냐”고 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앞두고 박광온 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앞두고 박광온 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 총장의 사표를 수리할 경우 검찰은 후임 검찰총장이 임명될 때까지 박성진 대검차장 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현재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김 총장의 후임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총장 인선 업무를 맡았던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실제 검찰총장 인선엔 다른 장·차관급 후보자와 달리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현안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현안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총장 임명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법무부 장관에게 3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하고, 법무부 장관이 그 중 1명을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해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후 국회 청문회를 거친다. 청문회 전 단계까지만 해도 통상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일주일간 검찰총장 후보에 대한 국민 천거를 받고, 그 후보자에 대해 검증을 마친 뒤 추천위원의 일정을 조율해 회의도 열어야해서다. 모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들이다.

검찰총장추천위원회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 이사장 등이 참석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은 임기는 약 3주 정도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김 총장의 후임자 임명을 밀어붙여 문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건 ‘현 정부 추천→새 대통령 임명’이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3년 4월 17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열린 신임장관 임명장 수여식서 박근혜 대통령이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

2013년 4월 17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열린 신임장관 임명장 수여식서 박근혜 대통령이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

2013년 2월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당선인으로 권력에 교체되던 시기, 이명박 정부의 검찰총장추천위원회가 열렸다. 2012년 11월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검사 뇌물과 성추문 사건 등으로 물러나며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

당시 검찰총장추천위원회는 당선인 신분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총장 후보(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를 모두 떨어뜨리고, ‘채동욱’이란 특수통을 포함해 3명의 후보를 올렸다. 검찰추천위원회의 ‘반란’이라 불렸던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뒤인 3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내정했다. 이후 채 전 총장은 윤 당선인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으로 임명하며 정권과 각을 세우게 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에선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 대해선 “너무 성급한 얘기”라며 당장은 선을 긋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김 총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임기가 보장된 총장이 중도에 물러나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지만 차기 총장 인선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현 정부가 차기 검찰총장을 지명할 가능성에 대해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당장은 검수완박 법안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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