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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열 번 찍어 훌라 춤 췄다...롯데 챔피언십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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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훌라 춤 세리머니를 하는 김효주. [사진 대홍기획]

훌라 춤 세리머니를 하는 김효주. [사진 대홍기획]

김효주(27)가 17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의 호아칼레이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1언더파 71타, 합계 11언더파로 시부노 히나코(일본)를 2타 차로 꺾었다.

김효주는 3타 차 선두로 시부노, 브리아나 도(미국)와 한 조에서 경기했다. 브리아나 도가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물러났다.

브리티시 여자 오픈 우승 경험이 있는 시부노는 그렇지 않았다. 딱딱한 그린에 바람까지 분 난코스에서 끝까지 김효주를 쫓아왔다.

2타 차로 앞선 17번 홀, 김효주의 아이언샷이 그린을 넘어갔고, 칩샷도 길었다. 그의 파 퍼트는 홀 바로 앞에서 방향을 틀었다. 보기가 됐다.

시부노는 버디 기회를 잡았다. 먼 거리 퍼트가 들어가나 싶었으나 홀을 살짝 스치고 옆에 멈췄다.

훌라 춤 세리머니 도중 수줍은 듯 서 있는 김효주. [사진 대홍기획]

훌라 춤 세리머니 도중 수줍은 듯 서 있는 김효주. [사진 대홍기획]

두 타 차가 한 타 차로 줄었다. 시부노는 파 5인 마지막 홀에서 평소보다 강하게 티샷을 쳤다. 볼 속도가 이전 보다 4마일 정도 빠른 시속 148마일이 나왔다.

반면 김효주의 티샷은 약간 오른쪽으로 휘었다. 김효주는 물에 빠지지 않았나 걱정하는 표정이었으나 다행히 벙커 옆 러프에 있었다. 김효주는 레이업을 해야 했다.

시부노는 2온을 택했다. 두 번째 샷도 잘 쳤다. 운이 나빴다. 그린 앞 벙커 주위 둔덕에 맞고 벙커 속으로 들어갔다. 50cm 정도만 길었다면 2온이 될 샷이었다.

그러면서 김효주에게 여유가 생겼다. 그는 3번째 샷을 핀 30cm 옆에 붙여 버디로 우승을 확정했다.

김효주는 대회 우승 세리머니인 훌라 춤을 출 때 매우 쑥스러워했다. 한동안 얼굴을 감싼 채 그냥 서 있었었다. 그러나 결국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처럼 춤에도 적응했다. 리듬에 몸을 맡겼다.

김효주는 17세인 2012년부터 이 대회에 참가했다. 열 번 열린 이 대회에 모두 참가한 열 명의 선수 중 한 명이다.

롯데 챔피언십이 생긴 건 김효주와 관계가 있다. 롯데가 골프 마케팅을 하면서 김효주를 후원하기 시작했고, LPGA 대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김효주는 2012년 처음 참가해 12위를 했다. 어린 나이에 LPGA 투어 참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성적이었다.

2013년엔 추억이 더 많다. 주최 측은 김효주를 리디아 고(뉴질랜드), 아리야 주타누간(태국)과 한 조로 묶어 ‘무서운 10대’ 대결을 만들었다.

첫 라운드 김효주는 6언더파를 쳤고 공동 9위로 마무리했다. 2014년과 2015년 김효주는 각각 4위, 공동 4위로 선전했다. 그러나 이후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2016년 공동 66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김효주는 2019년 12위, 2021년 17위 등 안정을 찾고 있다.

티샷하는 김효주. [사진 대홍기획]

티샷하는 김효주. [사진 대홍기획]

김효주는 “스폰서 주최 대회라 잘 하고 싶었다. 그 동안 많이 준비했는데도 기대했던 성적을 못 냈기 때문에 조금 슬펐다. 그래서 이 우승은 더 특별하고 의미가 남다르다. 두 배로 기쁘다. 부담을 이겨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고 잔치 분위기를 만들어 더 좋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LPGA투어 통산 5승째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김효주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5년 4개월 만에 LPGA 투어 우승했는데 11개월 만에 다시 챔피언이 됐다.

지난해 5월 김효주가 우승한 후 이번 대회까지 한국 선수 우승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주인공은 고진영이고 그동안 6승을 했다. 그러나 고진영을 제외하면 지난 11개월 동안 다른 한국 우승자는 없었다.

다행히 신인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 최혜진이 3타를 줄여 7언더파 3위다. 스폰서 초청 선수로 참가한 이소미는 5언더파 5위, 안나린이 4언더파 공동 6위다.

롯데 챔피언십에서 2015년 김세영 이후 7년 만에 한국 선수가 우승했다. 당시 김세영은 마지막 홀에서 칩인 버디, 연장전에서 샷 이글을 하면서 박인비에게 역전승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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